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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 들고 튄 대부업자... 전주 시장 2곳 상인 절반이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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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모래내 시장 상인 “수백억원 금융 사기당해” 주장

전주 한 대부업체 대표 고수익 미끼로 투자 유도

상인·업체직원 “대표 회삿돈 300억 가지고 잠적” 고소

경찰 “고소인들 조사 중, 상인들 추가 피해 수사 진행”

고수익을 미끼로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고 잠적한 대부업체 대표를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주의 한 대부업체 직원 14명은 지난 22일 “업체 대표 A씨가 회삿돈 300억원을 들고 잠적했다”는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이 대부업체에 돈을 투자한 전주 중앙시장·모래내시장 상인들도 최근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조선일보

전북 전주 모래내시장./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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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부업체는 지난해 가을부터 투자자를 모았다고 한다. 하루 1만원씩 100일 동안 투자금을 넣으면 7~10% 정도 이자를 줬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주는 상인에겐 약속한 것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기도 했다. 추가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은 전형적인 다단계 판매 방식이었다고 한다. 대부업체는 실제로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면서 상인들에게 신뢰를 쌓았다.

이 대부업체는 최근 몇 달 동안 ‘1000만원을 투자하면 월 40만원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전통시장 2곳에서 일하는 상인 40% 정도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상인들은 “A씨가 지역 은행에서 수년 동안 일하며 시장 상인들과 친분을 쌓아왔고, 은행을 그만 둔 뒤 대부업체를 차렸다”며 “상인들은 A씨를 믿고 돈을 맡겼고, 약속한 이자도 꼬박꼬박 받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이자와 원금이 들어오는 날이 들쭉날쭉했고, 이번 달 중순부터는 아예 입금이 되지 않았다. 상인들이 대부업체를 찾아 이유를 물었지만, 직원들은 “A씨가 잠적한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피해자 중엔 아들 결혼식을 위해 마련해 놓은 자금 2억원을 날린 상인도 있다. 이 상인은 “시장에서 일해 1년에 2000만원 모으기도 어려운데 이런 사기를 당해 앞길이 막막하다”며 “피해 금액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상인은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다시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지만, 상인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며 “피해 금액을 회복하려면 다시 수년 동안 고생을 해야 하는데 앞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업체 직원들도 A씨에게 투자를 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원들도 A씨의 사기 행각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모래내시장 상인회와 중앙시장 상인회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피해 접수를 받고 있지만, 상인들이 접수를 꺼리고 있다. 현재까지 상인 530여명 중 접수를 한 인원은 70여명에 불과하다. 조신열 전주 중앙상가 사업협동조합 부장은 “남편 몰래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사람도 있고, 친척들 돈을 모아 투자한 상인도 있다”며 “이들은 사기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가정 불화를 겪을까 봐 개별적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열 전주 모래내시장 상인회장은 “지난해 가을쯤에 상인회 이사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대부업체의 수상한 투자자 모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상인들에게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며 “상인들에게 약속한 이자를 주면서 신뢰를 쌓은 뒤, 거액을 받고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완열 회장은 “수억원의 투자 사기를 당한 사람은 매일 자살하고 싶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액만 300억원가량이고,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돼 현재 수사 초기 단계”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최근 열린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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