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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안면인식·블록체인 발전 막는 금융실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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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 발목잡는 금융실명제 ◆

현대 보안기술의 '상징'으로 꼽히는 안면인식 기술은 금융계좌를 개설할 때 무용지물이다. 고객의 얼굴로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탁월한 기술이지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이 규정한 실명 확인 방법에 '영상통화'만 있을 뿐 안면인식 기술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금융거래 정보가 집중되는 금융결제원은 금융거래 가운데 '보이스피싱' 징후를 발견해도 이를 해당 금융회사에 알리지 못한다.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근간을 바꾸며 '금융 헌법' 지위에 올랐던 '금융실명제'가 시행 후 27년이 지난 현재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시작된 이 제도는 그동안 금융제도를 선진화하고 검은 돈의 창궐을 막는 혁명적 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금융실명제는 디지털 시대에는 기술 발전 속도에 뒤처지는 실명 확인 방식, 강도 높은 금융거래 비밀 보장 조항 등으로 금융혁신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실명법은 혁신금융 현장 곳곳에서 제약 조건으로 작용한다. 우선 보안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도 '고전' 수준의 실명 확인 방식을 고수하는 금융실명법 제3조가 문제다.

금융실명법 제3조에 따라 규정된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은 △실명확인증표 사본 △영상통화 △위탁기관을 통한 실명확인증표 확인 △기존 계좌와의 거래 △기타 새로운 방식 등 5가지뿐이다. 5가지 이외의 실명 확인 방법은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다. 특별한 금지 사항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다. 현행법에 따라 안면인식 기술이나 지문인식 기술로 금융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신원 증명'도 국내 금융거래에선 이용 불가다. 제3조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에 '기타 새로운 방식'이란 조건이 달려 있지만 해당 사항으로 인정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을 규정한 금융실명법 제4조도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감지해 해당 금융회사에 통보하는 것 또한 금융실명법 위반이다.

특히 실명 거래, 비밀 보장 등 금융실명법의 기본적인 법 취지는 특정금융정보법, 신용정보법 등으로도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 체계' 정비를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명 확인과 비밀 보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굳이 여러 법을 유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금융 보안기술에 따른 변화가 법에 적절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하반기에 추진할 예정인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에도 금융실명법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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