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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인터뷰] “33년만 음원차트 입성”...이동은, ‘이것도 사랑이니’ 역주행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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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데뷔 33년 만에 역주행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이동은.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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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다겸 기자]

데뷔 33년 차를 맞은 가수 이동은(57·라이어밴드)은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이것도 사랑이니’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서 회자되며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역주행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데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의 노래는 최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 실시간 차트 100위권에 진입하는 등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음악 생활을 오래 했는데, 공식적인 차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정말 꿈같은 일이죠.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이라 제 음악을 들어주신 팬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이것도 사랑이니’가 사랑받으며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해줬어요. 친구들이 ‘길을 가고 있는데 차에서 네 노래가 나오더라’, ‘노래방에서 네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라고 메시지를 보내줘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요.(웃음)”

독백으로부터 시작되는 ‘이것도 사랑이니’는 진심을 담은 텁텁하고 먹먹한 날것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동은의 감성과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어쿠스틱 기타가 앙상블을 이룬 곡이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녹아드는 기존의 남성 보컬 발라드와는 결이 다른 뉴트로 감성의 포크 발라드로 귀를 사로잡는다.

이동은에게 역주행 이유가 무엇인 것 같으냐고 물으니 “제 음악을 듣는 연령층의 70%가 1020세대인데, 그 친구들이 ‘옛날 노래 같은데 요즘 노래 같기도 하다’라고 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트렌드를 쫓아가기에는 저의 감성이 요즘 세대와 조금 떨어져 있지 않나. 그래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자. 대신 편곡에 신경 쓰자’라는 고민 끝에 나온 곡이다. 두 가지 감성이 공존하는 것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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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뷰 아버지’ 수식어가 처음에는 무겁게 느껴졌다는 이동은.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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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의 ‘역주행 인기’ 시발점은 SNS였다. 박혜원(HYNN)의 ‘시든 꽃에 물을 주 듯’, 전상근 ‘사랑이란 멜로는 없어’ 등의 히트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 한 커버송을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이 화제를 모은 것. 이동은의 목소리에 ‘취향 저격’을 당한 음악팬들은 그의 유튜브까지 찾아왔고, 이러한 팬들이 하나, 둘 모여 ‘이것도 사랑이니’ 역주행을 이뤄냈다.

“제 위에 나이 대 선배들이나 조금 밑에 후배들은 앨범을 발표해도 홍보할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자기만족으로만 끝내는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런 현실을 지켜보던 딸이 ‘SNS를 통해 홍보를 해보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커버송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것도 사랑이니’ 역주행까지 가게 됐어요. 지금도 딸이 촬영부터 편집, SNS 홍보까지 다 해주고 있는데, 참 고맙죠.”

‘100만뷰 아버지’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100만뷰 아버지’는 이동은이 올린 커버송이 유튜브에서 각각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붙은 별명이다.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무거웠는데, 팬들이 ‘아들 할게요’ 이렇게 해주니까 이제는 좋다.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거운 느낌보다는, 누군가 어렵고 힘들 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아버지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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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은 긴 무명생활에도 가수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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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유영석과 함께 결성한 그룹 푸른하늘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동은은 데뷔곡 ‘겨울바다’가 인기를 얻었지만, 솔로 가수로서는 30년이 넘게 무명에 가까운 활동을 이어왔다. ‘참 잘했어’, ‘딸의 전화’,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등을 발표했지만 눈에 띄는 반응은 없었다. 이러한 현실에 가수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을까.

“학창 시절부터 함께 음악을 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 그 친구들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은 저 뿐이에요. 가정이 생기고 돈을 벌어야 하다 보니까 하나, 둘씩 다른 길을 택했죠. 하지만 저는 ‘힘드니까 음악을 그만둬야겠다’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노래가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가정은 지켜야 했기에 호구지책으로 라디오 DJ를 하며 돈을 벌었죠. DJ도 좋지만 이제는 제 본업인 음악이 잘 돼서 그것만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고 싶어요.(웃음)”

‘이것도 사랑이니’의 성공으로 대중과 어떻게 호흡해야 음악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는 이동은. 그는 “제 주위 동기, 동창 친구들이 퇴직할 나이이지 않나. 그 친구들이 저에게 ‘50대의 희망이다’라고 말해주는 것에 힘을 얻는다”면서 “성대 관리를 잘해서 오랫동안 노래를 하고 싶다. 또 올해 안에 유튜브 10만 구독자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보려고 한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제 노래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trdk011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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