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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돌발적 ‘등교중지’ 잇따를 듯… 학부모·학생·교직원 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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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일 만에 고3 등교 개학

“등교를 시작해서 걱정도 되지만 반갑기도 해요.”

20일 오전 7시20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고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생 조모(18)군은 “아침부터 집에서 자가진단도 하고 열도 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 수행평가 기간인데 이렇게라도 등교를 하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만약 더 늦는다면 시험 치느라 더 고생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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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며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날 등교를 시작한 고3 학생들은 대개 ‘기대 반·걱정 반’인 모습이었다.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늦게나마 평가 일정을 치를 수 있어 다행스러워하면서도 감염 가능성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 학교 학생 김모(18)군은 “엄마가 어제부터 조심하라고 말씀하시고 마스크도 꼭 쓰라고 여러 번 당부하셨다”며 “등교해서 친구들 보는 건 좋지만 감염 위험 때문에 애들과 예전처럼 편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얘들아, 거리두기하자”

이날 경복고 교직원 2명은 비접촉 체온계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교문 앞에서 일렬로 입장하게 해 발열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거리두기하자”고 소리치면서 주기적으로 간격을 띄울 것을 안내했다. 다만 오전 7시30분쯤 학생 20여명이 한꺼번에 교문을 지날 때는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간격인 1∼2m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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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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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팔인사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등교를 하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팔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 학교 고3 자가진단 미응답자 비율은 10∼20% 수준이라고 했다. 교육부 지침상 등교 일주일 전부터 매일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NEIS)을 통해 진행해야 하지만 그간 참여율이 저조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이(e)알리미나 학교 홈페이지로 홍보했으나 조금 참여율이 저조한 면이 있다”며 “오늘도 e알리미로 다시 한 번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같은 지역 고3 학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등교중지·귀가조치가 내려진 인천 66개교 학생들은 점심도 먹지 못한 채 귀갓길에 올라야 했다. 오전 11시20분쯤 귀가조치가 내려진 인천 남동구 인제고에선 마스크를 쓴 고3 학생들이 하나둘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학교 학생 최모(18)군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고 즐거웠는데 3시간 만에 집에 가게 돼 실망이 크다”며 “우리 학교에도 접촉자가 있다는 얘기가 들려서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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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이번 학기 첫 등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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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등교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발적 ‘등교중지’ 잇따를 듯

문제는 앞으로도 코로나19 감염 상황에 따라 인천의 경우처럼 돌발적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병 특성상 등교중지 기준이 불분명한 데다가 그런 조치를 내리는 정부 의사결정 구조 또한 현 상황에선 명확하지 않아 학부모·학생·교직원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천 66개교에 내려진 조치 관련 “등교 전 고3 확진자 2명이 발생한 거지만 이 학생과 밀접 접촉했다고 의심할 만한 학생들이 너무 많다”면서 “그 수가 수백명에 이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간 교육부는 등교 이후 학생 중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해당 학교에 등교중지 조치가 내려진다고 밝혀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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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청이 20일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내 고등학교 66곳의 고3 학생들을 귀가 조치한 가운데, 시민들이 인천 미추홀구 풋살장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이날 사례는 지침 외 상황으로 교육부·관할 교육청·질병관리본부가 협의해 지역 내에 대규모로 등교중지 조치를 내린 것이었다. 이는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 아래 적극 대응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학생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소속 학교뿐 아니라 지역 내 학교 다수가 문을 닫을 수 있단 걸 보여줘 그 기준을 놓고 혼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등교중지 조치를 학교장이 임의로도 내릴 수 있기에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천과 함께 등교중지를 결정한 경기도 안성 지역 9개 고교는 전날 지역 내 확진자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학교장이 경기도교육청·교육부와 협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해 등교를 하루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도교육청은 이번 상황에서 등교중지를 포함한 학교장 권한을 넓게 보장하고 있어 안성의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확진자 동선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아 불안한 상황에서 학생 안전을 우선 고려해 긴급히 결정 내린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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