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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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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이번엔…韓 `예의 야구`에 와글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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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내프로야구(KBO)에선 MLB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연거푸 나왔다. 먼저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3연전 첫 경기. KIA 좌타자 최형우는 롯데 선발투수 서준원이 던진 시속 143㎞짜리 공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았다. 서준원은 고통스러워하며 1루로 걸어나간 최형우와 눈이 마주치길 기다린 후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뒤이어 나온 장면은 좀 더 의미 있었다. 같은 날 리그 1위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4회 말 NC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가 두산의 박세혁에게 바짝 붙여 던진 공이 오른쪽 무릎을 맞혔다. 투구 직후 순간적으로 자신을 책망하는 표정을 지은 라이트는 박세혁이 쓰러져 있는 동안 모자를 벗고 기다린 후 사과했고 박세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2015년부터 4년간 MLB에 있었던 라이트는 올 시즌이 KBO 첫해인 선수다.

NC와 두산의 경기는 이날 ESPN을 통해 미국 현지 중계되기도 했다. ESPN은 일찌감치 KBO를 소개하며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 투수가 모자를 벗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MLB에선 몸에 맞는 공에 대한 투수의 명백한 사과를 보기 어렵다.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높은 쪽 빈볼(Bean Ball)이 아닌 이상 야구만이 가진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오랜 기간 MLB를 전문적으로 다룬 작가 제이슨 터보는 "보호 장비가 제대로 없던 시절에도 사과는 야구 강령의 일부가 아니었다"며 "상대 팀에 많은 점수를 내줘 투수가 화났거나 감독에게 일련의 사건에 대한 보복성 지시를 받아 던졌을 경우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분석했다.

일부 투수들은 몸에 맞을 듯한 공을 타자와의 수 싸움에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역대 MLB 최고 좌완투수 중 하나인 랜디 존슨은 최고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보유했지만 몸에 맞는 공(역대 5위·190개)으로도 타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존슨은 아직 제구가 완벽하지 않던 1998년 당시 빠른 발로 투수를 성가시게 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톱타자 케니 로프턴 머리를 향해 공 2개를 연이어 던지고 퇴장·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경기 후 존슨은 "다음에도 그렇게 던지겠다"는 충격적인 말을 남겼다.

다만 메이저리그도 눈에 띄지 않는 그들만의 사과 방식이 있다. 단순 실수로 타자를 맞혔을 경우 많은 투수들은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거나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방식으로 고의가 아니었음을 알린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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