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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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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롯데팬' 마허, ESPN에 "MLB는 오페라, KBO는 로큰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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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물 외국인 팬에서 롯데 구단 직원으로

"코로나19 시국에 야구 볼 수 있는 특별한 사람 됐다"

연합뉴스

케리 마허 전 교수
[롯데자이언츠 제공=연합뉴스. 재배포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미국 스포츠전문 ESPN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팬 중 한 명인 케리 마허(66·미국) 전 영산대 교수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마허 전 교수는 2008년 한국에 온 이후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홈 경기를 빠짐없이 '직관'한 롯데의 열혈팬이다.

지난해 영산대에서 정년퇴직하면서 한국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지만, 성민규 롯데 단장의 도움으로 롯데 구단에 정식 입사하면서 '성공한 덕후(특정 분야에 몰두한 사람)'가 됐다.

롯데 구단 직원으로서 그는 주로 외국인 선수 생활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ESPN은 20일 보도에서 마허가 '산타 할아버지', ' 롯데 할아버지', 'KFC 할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렸다고 소개했다.

또 지난해 롯데 개막전에서 200명도 넘는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요청을 받았다는 일화도 전했다.

마허는 "왜 KFC 할아버지라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흰 수염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SPN은 마허가 특이한 외모의 '특이한 팬'에서 출발해 지금은 '실제 프로야구 경기에 출입할 수 있는 선택받은 사람'이 됐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프로야구가 관중 없이 열리고 있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아직도 개막을 기다리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마허는 선택받은 사람이 맞다.

마허는 텅 빈 관중석에서 선수단 연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선수·코치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먼저 손을 흔들거나 인사를 건네는 것이 신기하다면서도 자신에게 사진을 요청하는 팬이 없어진 것은 낯설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사직구장 밖에서 만나는 팬들이 사진 요청을 할 때도 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사진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팬서비스도 달라졌다고 밝혔다.

롯데와 두산 베어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투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은 "케리 교수는 웬만한 선수들보다 더 유명했었다. 팬들이 내가 아닌 그에게 사진을 요청하면 질투가 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심지어 미국 워싱턴DC에 사는 그의 쌍둥이 형제 케빈 마허를 보고 '롯데팬' 아니냐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 한국인들도 있었다.

마허와 친분이 있는 린드블럼은 "팬들이 리그를 특별하게 만든다. 케리와 같은 '슈퍼팬'은 한국 야구가 무엇인지 대변한다"고 말했다.

마허는 처음 관람한 KBO리그 경기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열성적으로 응원하던 치어리더와 팬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가 오페라라면, KBO는 로큰롤과 같다"며 자랑했다.

마허는 "나는 세상에서 야구를 보러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미안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야구를 보러 가지 않을 정도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고결하지는 않다"며 웃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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