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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르포]"친구야 반갑다" 고3 첫 등교…'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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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대신고·경복고 등굣길 현장

"어떻게 지냈어?" 학생·교직원들 온라인 아닌 직접 얼굴 마주하고 인사

고3 학생들, 교직원 안내 따라 열 체크 등 코로나19 예방 수칙 준수

아시아경제

20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됐던 등교가 시작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정문에서 열체크를 하고 있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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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코로나 불안함이 있긴 해요. 그래도 친구들 만난다니까 기분 좋아요."


20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종로구 대신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등교를 서두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교가 미뤄진 지 80여일 만이다. 이날 학생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쓴 채 교문 앞 교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학교로 들어갔다.


정문에는 코로나19 방역 관련 문구와 공용으로 이용돼온 시설을 임시 폐쇄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신고 3학년 김모(19)군은 "등교가 몇 차례 미뤄져서 어쩌면 이번 학기는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다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늘어 이번 등교도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얼떨떨하다"며 등교 소감을 전했다.


김 군은 "아침에 부모님이 항상 조심하라고 당부하셨다. 선생님이 지시하는 사항을 잘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하시기도 했다"며 "학교에서도 여러 번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연락을 줘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으로만 보던 친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것에 대한 설렘도 이어졌다. 최 모(19)군은 "친구들과 잘 만나지는 못했지만, 메신저로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이젠 얼굴을 보고 일상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부푼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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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등교 수업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대신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학교로 향하는 모습.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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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등굣길 현장인 종로에 있는 경복고등학교 정문 앞에서는 오랜만에 등교하는 학생들과 선생님 간 다정한 인사가 오갔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정문 앞에는 '외부인 출입통제'라고 안내판이 서 있었고 교직원들의 엄격한 통제하에 등교가 이뤄졌다.


학생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교직원들은 양손을 흔들며 반겼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지냈어? 발 다쳤었다며 이제 괜찮아?", "반갑다. 살이 더 찐 거 같은데 아닌가" 등 가벼운 장난으로 친밀감을 표현했다.


학생들은 정문 들어서자마자 교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줄을 서서 열을 재고 손 소독제를 손에 바른 뒤 교실로 향했다.


정문 앞에서 만난 경복고 3학년 이모(19)군은 "사실 등교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굳이 이렇게까지 등교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그래도 학교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최선의 방역 체계를 갖췄다고 해서 믿기로 했다"고 등교 소감을 밝혔다.


자녀를 학교까지 바래다준 대신고 3학년 학생 부모 A씨는 "마음 같아선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고 싶다. 건강이 제일 우선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면서도 "고3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더 미룰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가 불안해해서 등교를 하게 된 게 한 켠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니까 걱정이 된다. 학교 안에서 어떻게 생활을 할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불안하다"며 "아이가 개별적으로 쓸 수 있는 손 소독제와 급식시간에 쓸 수저 세트를 챙겨주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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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등교 수업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정문에서 진입 차량을 세워 열을 체크하는 모습.=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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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일부 학부모님이 등교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학교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등교 전부터 자가진단을 권장해 감염 예방에 힘을 쓰고 있다"며 "특히 쉬는 시간, 급식시간에도 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교직원들이 힘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교장은 교내 방역 조치와 관련해 "급식실에서의 거리두기를 위해 홀수, 짝수 반으로 나눠 식사 순서를 정했다"며 "교실에서는 불필요한 물건을 전부 복도로 빼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아이들이 너무 반가웠다. 정말 보고싶었다"며 "특히 정문에 안 나와도 되는 선생님들까지 나와서 아이들을 맞아주는 모습을 보고 좋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의 결정에 따라 고3이 이날 등교한 후에는 다른 학년이 순차적으로 등교 개학을 할 방침이다. 고2·중3·초1~2학년과 유치원생은 오는 27일, 고1·중2·초 3~4학년은 오는 6월 3일, 중학교 1학년과 초 5~6학년은 같은 달 8일에 학교에 갈 예정이다.


서울시는 학교 현장에서 코로나19 의심증상 학생에 대해 이송을 요청할 경우 최우선적으로 119구급대를 편성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의심증상 학생은 각 자치구별로 설치된 선별진료소로 이송되며, 119구급대의 이송 지원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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