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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80일 만에 반팔 교복 입고 등교한 고3 “눈물나게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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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 개학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교사와 학생이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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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복고 교문에는 교사 10여명이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았다. 비접촉 체온계를 든 교사는 학생의 이마를 찍은 뒤 “합격”이라고 외쳤다. 체온이 37.5도를 넘지 않아 교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됐던 등교 수업이 80일 만에 시작됐다. 20일 고3을 시작으로 27일부터는 나머지 학년도 순차적으로 등교하게 된다. 학교 내 감염 확산 우려가 적지 않지만, 등교 첫날 오랜만에 만난 교사와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반팔 입고 첫 등교, 반갑게 손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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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고등학교 식당에 '친구들아 반가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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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복고 교문에는 등교 지도 교사가 아닌 교사들도 나와 학생들을 만났다. 서로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고 인사를 건넸지만, 포옹 등 접촉은 하지 않았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등교 지도를 맡지 않은 교사들도 학생이 보고 싶다며 나왔다”며 “오랜만에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에 고글까지 착용한 교사도 눈에 띄었다. 5월 중순이 넘어 처음 등교를 하게 된 탓에 학생들이 처음 꺼내 입은 교복은 반팔 하복이었다. 학생들은 체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뿌린 뒤 열화상 카메라를 지나 학교에 들어갔다. 이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감염 우려로 등교하지 않은 학생은 1명뿐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오전 경복고를 찾아 직접 학생들의 체온을 재며 교문을 지켰다. 조 교육감은 “지금부터는 학업과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긴장국면에 들어섰다”며 “코로나가 창궐해도 원격과 대면 수업을 결합하면서 배움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잡으려는 학생에게 "2m 떨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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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학생들이 친구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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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중경고에서도 등교가 한창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여학생들이 손을 잡고 팔짱을 끼려고 하자 이 학교 김태원 교사가 “서로 2m씩 떨어져라”고 외쳤다. 교문에는 교사 3명이 학생 거리두기를 지도하고 발열 체크와 손소독을 도왔다.

교문부터 학교 현관까지는 2m 간격으로 고깔을 비치해 학생들이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학교 안 복도에도 2m마다 파란색 발자국 표시를 붙여놨다.

교실 책상은 전후좌우 1m씩 떨어져 배치됐다. 학생 접촉을 줄이려 교실 뒤 사물함도 없앴다. 모든 학생과 교사가 마스크를 쓴 채로 수업이 시작됐다. 급식실은 투명 아크릴판으로 칸막이가 설치됐고 한 칸씩 띄어 앉도록 하기 위해 앉지 말아야 하는 자리에는 'X' 표시가 붙었다.

김승겸 중경고 교장은 “확진자가 매일 발생해 감염 우려가 있지만, 대입을 앞둔 고3은 언제까지 등교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 9개교, 확진자 동선 파악 안 돼 등교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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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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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만에 재개된 고3 등교에는 외신의 관심도 컸다. 국내 취재진뿐 아니라 중화권과 유럽 등 외신도 현장을 찾아 등교 모습을 취재했다. 이들은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등 방역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이태원발 코로나19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 산발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학교 내 감염 우려는 여전하다. 교육 당국은 매일 아침 등교 전 학생들이 건강 상태 자가진단 결과를 학교에 보내도록 했지만, 참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고교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도 안내를 보냈는데 자가진단 참여율은 10~20% 정도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확진자의 동선이 불확실해 등교를 중지한 학교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9일 밤 확진 판정을 받은 안성시 20대 남성의 동선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아 안성 소재 9개 고교에 등교 중지 결정을 내렸다. 교육청은 오전 중 회의를 열어 다음날 등교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는 등교 중지된 곳은 없다.

전민희·남궁민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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