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당시 2학년 재학중 시위 참여
강제 학업중단 후 방황하다 목회자 길로
광주제일고는 19일 5·18민주화운동 참여로 학업을 중단했던 이맹영(57) 동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19일 광주제일고에서 열린 이맹영씨 명예졸업장 수여식. /광주제일고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광주제일고에 따르면, 5·18 당시 이 학교 2학년생이던 이씨는 교문 앞에서 자행된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만행에 의분을 느껴 시위대 차량에 오른 뒤, 시민들을 상대로 독려 방송을 하는 등 시위에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이 일로 이씨는 기관에 연행돼 보름동안 조사를 받았고, 강제로 학업을 중단하게 됐다.
이후 이씨는 ‘내가 그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이처럼 오랫동안 분노와 한을 겪을 일은 없지 않았을까’라는 자문을 하며 질풍노도와 같은 방황과 좌절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뒤늦게 신앙의 길을 찾아 장로회신학대학을 졸업했고, 현재는 서울 용산구 한 교회에서 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됐을 때는 그들이 진심으로 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경을 넣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5·18민주화운동이 벌써 40주년을 맞았고 5·18영령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많이 생각한다”며 “5·18을 등에 업고 훈장처럼 여겨서는 안 되고 더 이상 왜곡‧폄훼해서도 안 되며, 과거를 넘어서서 민주·평화의 5·18정신을 널리 알려 남북통일·세계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기상 광주제일고교장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명예 회복이 이처럼 늦어진 데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동문의 자취는 정의롭고 자랑스러운 일고인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