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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호국로' 기념비, 철거와 보존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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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단체 등 5월마다 "전두환 공적비 철거" 촉구

"철거하자" vs "흑역사로 미래세대 알려야"

포천시 "시민들도 의견 엇갈려...일단 보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인 18일 경기 포천시에서 ‘전두환 공덕비’ 철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1987년 만들어진 이 비석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친필로 한자 ‘護國路(호국로)’를 새겼다. 그러나 진보단체의 잇따른 철거 요구에도 포천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해 임의 철거는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포천시 43번 국도 축석고개 입구에 있는 호국로 기념비 앞에서는 지역 진보단체, 정당 관계자 등 10여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했다. 호국로 비석은 도로 건설을 기념해 세운 높이 5m, 폭 2m 크기의 기념비다. 이들은 “수년 동안 전두환 공덕비 철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반대 측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철거를 안 하고 있다”며 포천시와 시의회에 철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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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인 18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국도 43호선 축석고개에서 경기북부지역 진보단체 및 정당, 5·18 민중항쟁 경기기념행사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글씨 비석을 가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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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덕비는 단순한 바위 덩어리가 아니라 군사독재 잔존세력의 상징과 같다”며 “우리 사회는 전두환을 용서하지 않았다. 진정한 화해와 치유를 위해서라도 학살자, 범죄자의 공덕비 철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문 낭독에 앞서 흰 천으로 비석을 가렸다. 비석을 덮은 천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얼굴과 ‘용서받지 못한 자의 공덕비’라는 문구를 담았다.

이 기념비는 원래 축석초교 입구에 있었으나 43번 국도 확장 과정에서 이곳으로 옮겨져 주민들의 눈에 띄게 됐다. 이 때문에 매년 5월 18일만 되면 철거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등 규탄 대회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측이 이 비석을 전두환 공덕비라 주장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비석 옆의 입간판이다. 이 간판에는 “개국 이래 수많은 외침으로부터 굳건히 나라를 지켜온 선열들의 거룩한 얼이 깃든 이 길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건설부와 국방부가 시행한 공사로써 ‘호국로’라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이 입간판은 작년 5월까지는 있었으나 지금은 훼손돼 뜯겨 나가 문구는 남아있지 않다. 포천시 관계자는 “누가 훼손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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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국도 43호선 축석고개에 있는 전두환 친필 '호국로' 기념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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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천시는 철거를 진행하는 대신 보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도 “전두환 흔적은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두운 역사도 역사이기에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려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포천시의회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미래통합당 송상국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과거 만행은 용서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호국로 비석이 세워진 취지를 살펴보면 전두환과 직접 관련은 없다”며 “차라리 흑역사에 대한 설명서를 만들어 후세를 위한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는 편이 맞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손세화 의원은 “개인적 소신으로는 철거하는 것이 당연히 옳다”면서도 “시민의 의견이 분분해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에도 포천시의회에서 공덕비 철거 및 이전 예산 심사가 진행됐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관련 비석에 대한 의견이 갈려 일단 보존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시민 공청회 등 각종 방안을 모색해 호국로 비석을 어떻게 다룰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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