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14일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아이언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어색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다. 5개월 여 만에 ‘임시 백수’에서 탈출하게 된 선수들은 호쾌한 티 샷으로 답답함을 훌훌 털었다.
전세계 최초로 프로골프 정규투어가 재개됐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철저한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제42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30억원)을 개최했다. 디펜딩챔피언 최혜진(21·롯데)과 ‘신인왕’ 조아연(20·볼빅) 등 KLPGA 선수뿐만 아니라 ‘남달라’ 박성현(27·솔레어) ‘핫식스’ 이정은6(24·대방건설) ‘빨간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7·미래에셋), ‘스마일퀸’ 이보미(32·노부타) 등 미국과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 등 150명이 참석했다.
이보미가 티샷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
이른바 ‘이태원 클럽발’ 감염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세라 1급 국가보안시설을 방불케하는 삼엄(?)한 방역이 이뤄졌다. 선수들은 클럽하우스뿐만 아니라 코스 내에서도 손소독제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관리 준칙을 철저히 지켜야 했다. 당연히 관중도 없었다. 선수들은 ‘무관중 경기’에 처음에는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도 실전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요하면서도 비장한 분위기로 진행된 첫 라운드에서는 일본의 배선우, 한국의 김자영2, 현세린 등이 5언더파 67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에서 출발했다.
최혜진이 1번홀에서 퍼팅 라인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
오전조에 편성돼 일찌감치 라운드를 마친 배선우는 “갤러리 반응으로 내가 친 샷이 그린에 올라갔는지 핀에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이게 좀 답답했다”며 웃었다. 그는 “사흘만 연습하지 않아도 감각이 뚝 떨어지는데, 14일 동안 클럽을 놓고 있었으니 걱정이 많았는데 뜻밖에 성적이 잘 나왔다”고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고 마음을 비웠던 게 약이 된 것 같다. 우승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돌아와 2주간 자가격리를 한 뒤 해제 엿새만에 실전을 치러 놀라운 샷 감각을 뽐냈다. 자가격리 기간을 떠올린 배선우는 “(대회에 나서니)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참가 선수가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
모처럼 국내 대회에 출전한 이보미는 “소독과 방역을 철저히 잘해 주셔서 코로나에 대한 무서움은 없는 것 같다. 대회장 전체의 철저한 관리때문에 물론 불편한 점이 있지만 모든 선수들이 꼭 지켜서 국내 첫 대회가 무탈하게 지나가야 다음 대회들도 잘 치러지니 모든 선수들이 잘 지켰으면 좋겠다”며 ‘언니’다운 당부를 전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방불케하는 방역 수칙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주차장에서 내린 직후 문진표를 작성해야 하고, 체온을 잰 뒤 자외선 살균기를 거쳐야 선수 라운지에 들어갈 수 있다. 라커에는 캐디만 출입할 수 있고, 식당에서도 ‘혼밥’이 의무다. 캐디는 마스크를 벗을 수 없고, 취재진 동선도 철저히 제한했다. 하이파이브나 악수 대신 팔꿈치나 주먹을 부딪히는 것으로 세리머니를 대신하는 등 선수와 관계자 모두 ‘무탈한 첫 대회’를 기원하는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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