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장 내용 공개 안 해 "분석 필요"
오는 18일 '5·18 행사' 맞춰 공개될 가능성
5·18 기념재단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사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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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작성한 외교 문서 일부를 기밀 해제해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고 12일 외교부가 밝혔다. 미측이 이번에 제공한 기록물은 총 43건(약 140쪽 분량)으로 주한 미국 대사관이 생산한 것을 포함해 모두 미 국무부 문서다.
앞서 외교부는 작년 11월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을 위해선 미국의 외교문서 공개해 필요하다’는 민간단체의 요구 등을 수용해 미 측에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문서의 비밀 해제를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날 미국으로부터 받은 기록물을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기록물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시간은 아직 없었다”면서 “유관 기관과 전문가들이 우선 보고 난 다음에 그 문서들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평가를 가지고서 미 측과 추가로 협의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할 것이고 공개해야 할 부분은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이 ‘분석해보고 예민한 게 있으면 공개 안 할 수도 있느냐’고 묻자 “그것은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지도 않고 외교부 혼자서 할 수도 없는 것”이라면서 “유관 기관과 분석하고 방침을 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공개 여부도 아직 결정 안 됐느냐’는 질문에 “원칙은 공개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일부는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그것은 예단해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일부 문서는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미 정부가 한국 국민에 전면 공개해도 된다는 판단에 따라 기밀 해제해서 제공한 문서를 외교부가 왜 바로 공개하지 않고 별도의 분석 절차를 거치려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부가 오는 18일 5·18 민주화 운동 행사 시기에 맞춰 이번 자료를 정리해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3월 30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마련된 규정에 따라 30년이 경과된 1989년도 외교문서 24만 쪽을 공개하면서도 당대 최대 관심사였던 ‘임수경 밀입북 사건’ 관련 외교문서 160여쪽은 비공개해 논란을 불렀다. 해당 문서를 비공개한다는 사실 조차 알리지 않아 그 의도를 놓고 각종 해석이 제기됐다. 임수경 밀입북은 당시 전대협 의장이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획·주도한 사건이다. 외교부는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임수경 밀입북 관련 외교문서도 기밀 해제하라는 한 변호사 단체의 정식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법률과 지침에 따라 심의해 비공개한 결정으로 이를 번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 단체는 이 같은 결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외교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지난달 24일 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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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날 한국 민간단체와 정부의 요청을 받고 40년 전인 1980년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주한 미 대사관 등이 작성한 국무부 기밀문서를 해제해 제공한 미 측의 조치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앞으로도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미측 기록물의 추가적인 공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미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미측이 인권·민주주의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금번에 추가적인 비밀해제를 위해 협력해준 데 대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5·18 기념재단과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진상 규명을 위해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원본 공개를 요구해왔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이날 5·18 운동 진상 규명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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