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임직원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계획 발표 후, 증권가에서는 눈치보기식의 도미노 기부가 다른 증권사들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지만, 메리츠금융그룹 외에 회사 차원의 직원 기부 결정 사례가 없어 증권사마다 개인의 자율적 참여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엽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전 임직원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달말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 취약계층의 생계에 보탬을 주고자 하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취지에 부합하기 위함"이라면서 "메리츠금융지주를 비롯해 증권, 화재, 캐피탈, 자산운용, 대체투자운용 등 지난해 소득 5000만원 이상 계열사 임직원 2700여명이 자발적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에 동참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회 지도층 및 고소득층이 솔선수범하는 '자율적 기부문화 확산'을 바라는 취지에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더 어려운 곳에 지원금이 사용될 수 있어야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기부 여부를 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증권사 직원은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 15%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보다는 재난지원금을 받는 편이 더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이를 기부할 경우 새액공제액은 15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들은 회사 차원의 임직원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선언 대신 개인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농협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를 발표하긴했지만 금융계열사들은 임직원 자율에 맡기도록 해 NH투자증권의 경우 회사 차원의 기부는 논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금융·증권가에서 기부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다른 업종에 비해 평균연봉이 높아 고소득 직업군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경우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3000만원이었으며 NH투자증권은 1억2300만원을 기록했다. 이외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도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1억원을 넘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