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목사 무죄, 교사 유죄...각기 다른 판결 이유는?

서울 송파구의 한 여고에서 벌어진 ‘스쿨미투’의 피고인들에게 각기 다른 판결이 나왔다. 수업시간에 학생의 어깨를 잡고 몸을 밀착시켜 끌어안은 혐의를 받은 목사 강모(63)씨는 무죄, “열 달 동안 배부르게 해줄까”라는 발언으로 성추행 혐의를 받은 교사 김모(62)씨와 하모(58)씨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손주철)는 8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송파구 모 여자고등학교 교사 김모(62)씨와 하모(58)씨에게 벌금 700만원씩을 선고했다.

법원은 목사 강 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경찰에서 했던 진술 외에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제3자의 진술이나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강씨가 ‘왼손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2∼3회 두드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몸을 밀착시킨 적은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강씨의 진술을 고려할 때, “불쾌감을 줄 수는 있어도,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교사들의 수업 중 발언은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 등은 고전시가 수업 중 기생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술집 가서 아가씨들 길들이기가 쉬워? 처음부터 웰컴(환영)하기는 어려운 거야"라고 했다. 또 다른 교사는 “너희도 열 달 동안 배부르게 해줄까?"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발언 여부는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성희롱을 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소재의 이 학교 학생들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교사들의 학내 성폭력 문제를 2018년 3월 처음 공론화해 ‘스쿨 미투’라고 불렸다. 학생들이 만든 트위터 계정에는 교사·목사 10여명과 관련된 100여건의 성추행 사례가 쌓였다. 학생 외모 품평이나 직접적인 신체적 성추행 피해 호소도 여럿 있었다.

교육당국은 2018년 말 학생 전수조사와 감사를 실시한 뒤 가해 교사 징계를 요구했고, 경찰 조사를 거쳐 검찰은 강씨 등 3명을 지난해 말 재판에 넘겼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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