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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조깅하다 총 맞아 숨진 美 흑인 청년, "총격범 아직 체포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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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하러 외출했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

총 쏜 백인 부자, "정당방위, 사인체포권" 내세워

검찰, 대배심 검토 요청했지만 코로나로 지지부진

미 남동부 조지아주(州)에서 흑인 청년이 조깅을 하다 총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뒤늦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택 침입을 한 용의자로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총격을 당했는데, 총을 쏜 백인 남성들이 아직 체포되지 않고 있어서다.

조선일보

현지 라디오 방송국이 5일(현지 시각) 공개한 동영상 중 일부. 도로를 따라 조깅하던 아흐머드 알베리(첫째 사진 왼쪽)가 산탄총을 들고 픽업 트럭에서 내린 이에게 주먹을 휘두르자(왼쪽 사진), 총성이 3발 들리고 알베리는 쓰러진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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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검찰은 대배심에게 지난 2월 23일 아흐머드 알베리(25)씨가 거리에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 대한 기소 검토를 요청했다고 CNN 등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브런즈윅에 살던 알베리씨는 가족에게 “조깅하러 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외출했다가, 전직 경찰인 그레고리 맥마이클스(64)와 그의 아들 트래비스(34)의 추격을 받고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총에 맞아 숨졌다.

현지 라디오 방송국이 5일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알베리는 2차선 도로를 따라 뛰다가 흰색 픽업트럭 차량에 가로막히자 트럭을 돌아가려고 한다. 이 때 운전석 옆 쪽에서 산탄총을 들고 내린 사내와 그를 제지해 실랑이를 벌이고, 트럭 짐칸에 서 있는 남성도 권총을 꺼내든다. 비무장 상태였던 알베리는 산탄총을 든 사내에게 주먹을 몇 차례 날리다가 총성이 세 발 난 후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현지 당국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알베리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3군데 총상을 입었으며, 트래비스가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이 보도했다. 맥마이클스 부자는 경찰 조사에서 “알베리가 공사 중인 집 앞에 서서 창문 안을 들여다 보는 걸 목격했고 최근 동네에서 일어난 강도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 트럭을 타고 쫓았다”며 “알베리에게 얘기를 하고 싶다고 멈추라고 말했으나, 말을 듣지 않고 먼저 우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들 부자는 정당방위와 사인체포권이 인정돼 아직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사인(私人)체포란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체포를 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선 일반적으로 현행범이나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찰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용의자를 체포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앨버리의 유족은 사인체포가 인정되는 경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앨버리 유족의 변호인은 “공사 중인 집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이 총격범들이 유일하게 말한, 일방적인 주장이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법적으로 사인체포가 허용되는 경우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당시 911 긴급 신고를 받은 연결원이 알베리가 어떤 범죄 혐의가 있는지 전화로 물었지만, 맥마이클스 부자는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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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3일(현지 시각) 브룬즈웍 인근 도로에서 조깅을 하다 총에 맞아 숨진 아흐머드 알베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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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이 공개되자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에서 숨진 알베리의 사진을 공유하며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Black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문구 앞에 ‘#’ 기호를 달아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것)를 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내 흑인에 대한 폭력과 제도적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에 자주 사용되는 문구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날 사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동영상을 보면 알베리가 무참히 살해됐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당장 신속, 철저한 수사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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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6일(현지 시각) 사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동영상을 보면 알베리가 무참히 살해됐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당장 신속, 철저한 수사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썼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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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소가 언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미국 대부분 법원이 배심원 선정·소집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배심이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를 기소하기 위해 영미권 국가에서 일반 시민들 가운데 무작위로 선발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소환장 발부와 증인 출석, 자료 제출 요구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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