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광주대표음식 브랜드화
갖가지 주먹밥, 올들어 8곳서 판매
"깔끔하다" "고소하다' "별미다"반응
"식사용으론 어렵지 않나"도 나와
80년 5월 시민군 주던 주먹밥서 유래
이 업소는 지난 2월 초 문을 열었다. ‘쉐프’로 업소를 운영하는 청년 권영덕씨는 “대부분 세트메뉴를 찾는다”고 말했다. “광주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공익성도 있고, 특색이 있어서 주먹밥 전문점을 열었다”고 했다. 가게의 간판, 메뉴안내물, 식기는 광주시의 지원을 받았다. 부모가 음식점을 운영했고, 본인도 보리밥집 경험이 있다는 그였다.
돈까스주먹밥, 낙지볶음주먹밥, 커리크림듬뿍주먹밥, 멸치주먹밥, 유부주먹밥, 제육볶음주먹밥, 소고기표고주먹밥, 떡갈비주먹밥, 커틀렛주먹밥, 새우크림주먹밥 등 재료에 따라, 손님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도록 메뉴를 갖추고 있었다. 광주시가 지난해 주먹밥 메뉴를 개발할 때 권씨는 참여하기도 했다. 처음엔 주먹밥 단품만을 내놓고 보니 스스로도 어색했다고 한다. 그래서 기본만찬 두 가지에다 국물을 내놓았다. 그러다 그것이 세트메뉴로도 발전했다. 낮에는 30~40대 직장인들이 주로 찾고, 50대 이상이 주된 손님이라고 했다. 권씨는 “개장하자마자 코로나바이러스가 터져 힘들었다”며 “그래도, 이 새로운 도전을 잘 해보려한다”고 말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주먹밥 전문점 '밥 콘서트'가 내놓은 세트메뉴. 상추튀김과 국수, 떡볶이, 기본반찬을 함께 하여 주먹밥을 보완하고 있다. /권경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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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에 있는 김밥체인점은 주먹밥을 일부 내놓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점심, 젊은이들이 많았다. 메뉴는 한우주먹밥, 참치주먹밥, 한우김치주먹밥, 김치&참치주먹밥, 볶음김치주먹밥, 유부주먹밥, 모듬주먹밥(김치, 참치, 김치·참치, 매콤멸치, 김가루주먹밥)이었다. 한우주먹밥과 모듬주먹밥이 인기였다. 주방에서 요리하던 아주머니는 “10~20대는 김치가 없는 주먹밥을 찾는다”고 했다.
호남의 관문(關門) 광주송정역은 KTX, SRT가 정차하는 곳이다. 하루 2만명 가량이 오가는 역사(驛舍) 2층에 ‘광주주먹밥·오백국수’점이 있다. 평일 저녁 주먹밥 주문을 했더니, 기자가 107번째 손님이었다. “멸치주먹법 하나, 참치주먹밥 하나 싸주세요.” 젊은 여성은 주먹밥이 담긴 투명 비닐컵 두 개를 받아들고 탑승하기 위해 달려갔다. 초등학교 남동생과 함께 ‘국수와 주먹밥’ 세트를 먹고 있던 여고생은 “맛이요? 좋아요, 괜찮아요”라고 했다. 이곳은 속도가 생명이었다. 열심히 주먹밥을 만들고 있던 전준희씨는 “세트를 가장 많이 찾아요”라고 했다. 멸치는 흰쌀밥과 섞여있고, 참치는 속에 감춰져 있었다. 주먹밥이 간편 대용식으로 팔리고 있었다.
지난 달 29일 낮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가까운 동리단길(광주시 동구 동명동 음식골목 별칭)에 있는 맘스쿡. “뭐가 들어간 것인가요?” “가운데 있는 것이 우엉이구요. 쇠고기도 넣었죠. 묵은지를 이렇게 감싼 거에요.” 기자와 동석한 40대 직장인은 “밥이 찰지고, 맛있다”며 “고소해요, 별미네요”라고 했다. 이 업소 대표 김현경씨는 “신선하고 좋은 재료에다 조미료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를 대표하던 학원가 속에 있던 이 분식점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로부터 꽤 인기를 얻어왔다. 이곳은 자생적으로 주먹밥을 가장 먼저 상품으로 내놓아 업소를 키워왔다. 관공서나 직장, 학교에서 점심이나 간식용으로 주먹밥도시락 주문이 많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사태로 주춤하다고 했다. 청소년들은 주로 약간 맵게 닭고기를 볶은 ‘매웁닭주먹밥’을 찾는다고 했다. 노란색의 강황성분이 들어간 주먹밥도 인기가 있다.
광주(光州)에서 ‘주먹밥 바람’이 불고 있다. 이곳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해마다 5월이 오면, 행사장에서 “그 날을 기억하자”며 주먹밥을 시식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 주먹밥이 이젠 광주를 상징하는 음식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다.
광주에선 ‘주먹밥’의 기원을 1980년 5월에서 찾는다. 당시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들에게 시장아주머니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건네주었고, 광주를 오가는 길목인 전남 나주지역 등지의 아주머니들도 밥을 지어 시민군들에게 제공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매년 5월 행사장의 ‘주먹밥’으로 이어져왔다. ‘원조 주먹밥’은 소금간을 한 주먹형태의 흰쌀밥이지만, 참기름과 참깨, 김가루 등이 더해지면서 ‘진화’해왔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임한 이후 주먹밥을 광주의 상징하는 음식중의 하나로 선정하고 브랜드화하고 있다. 주먹밥을 ‘나눔과 연대의 광주공동체정신의 발로’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은 대구에 주먹밥을 보낸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표음식은 한정식, 오리탕, 육전, 보리밥, 떡갈비, 상추튀김(오징어 등을 튀김가루에 입혀 기름에 튀겨, 상추에 고추와 양파를 섞은 간장에 찍어 상추에 싸 먹는 음식), 주먹밥이다. 광주시는 전문가와 시민들 의견을 수렴하며 주먹밥 메뉴 31가지를 개발했고, 전문점(1곳),과 취급점(8곳)에서 올 2월부터 일부 판매를 시작했다.
한 40대 여성은 “주먹밥이 나왔다고 들었지만,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다”며 “간식으로는 좋겠지만, 식사용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도를 못했다”고 말했다. 간식이나 식사용이냐의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 보완해줄 음식과의 조화도 과제이다. 음식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호기심에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찾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아직 넘아야 할 선입견의 문턱은 높다. 이평형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내년까지 추가적으로 메뉴개발과 스토리텔링 등을 추진하겠다”며 “주먹밥을 대중화하고 전국적으로 확산, 미향 광주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광주는 예향(藝鄕), 의향(義鄕) 외에 미향(味鄕)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그만큼 ‘음식맛이 최고’라는 자부심이다. 이러한 위상에 걸맞는 주먹밥이 될 수 있을까. 광주가 그 시도를 하고 있다. 광주는 주먹밥을 지역 현대사와 결부하여 ‘나눔의 공동체’라는 지역성(地域性)을 형상화하고 있다. 역사학자 에릭 홈스봄은 “전통은 만들어진다”고 했다. 어쩌면 광주는 그가 말한 ‘전통의 창조’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맨 아래가 묵은지주먹밥이다. 이 주먹밥은 지난해 광주시가 주최한 주먹밥경연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맘스쿡은 자생적으로 주먹밥을 개발하여 상품화에 성공했다. /권경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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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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