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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아주경제 '아주 쉬운 뉴스 Q&A'

[아주 쉬운 뉴스 Q&A] 투표인보다 투표수가 많다던데?…투표 조작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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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투표소 3508곳 中 10곳 '투표인<투표수' 현상 발생 선관위 "투표 현장 돌발 상황에 따른 오류·개표 과정의 실수"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지난 15일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총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후보의 관내 사전투표 득표수 가운데 25%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옮기는 투표 조작이 이뤄졌으며, 투표인보다 투표수가 더 많이 집계된 것이 바로 조작 과정에서 나온 오류라고 주장합니다.

민경욱 통합당 의원과 보수 유튜브 채널이 해당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는데요.

민 의원은 27일 인천지방법원에 제21대 총선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증거보전 신청은 선거무효나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법원 또는 지원에 투표지, 투표함 등에 대해 보전신청을 하는 법적 절차입니다. 재검표를 하기 위한 전 단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지역구를 포함해 전국에서 일고 있는 이번 선거 개표 결과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민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지역구와 일부 지역구에서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 대비 관내 사전투표 득표수 비율이 일치한다며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문제는 왜 투표인보다 투표수가 많이 나왔는지입니다. 오늘 '아주 쉬운 뉴스 Q&A'에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Q. 투표인 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이 나오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A.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253곳의 관내 사전투표소 3508곳 중 10곳에서 실제 투표한 사람보다 투표수가 1표씩 많이 나온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비례대표 투표의 경우 27곳에서 투표수가 최대 10표까지 많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용지 롤 교체 과정에서 투표용지 중복 인쇄 △개표 과정에서 타지역 투표지와 혼합 △고령 유권자가 흘린 투표용지를 투표 사무원이 투표함에 투입 등의 사례가 보고됐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여야 참관인 모두 당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Q. 이번 21대 총선에서 처음 일어난 일인가요?

A. 아닙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발생했습니다.

20대 총선의 경우 투표소 8곳에서 1표씩, 2018년 지방선거의 경우 13곳에서 투표수가 1표에서 최대 4표까지 투표인보다 더 많이 나왔습니다.

결국 투표인과 투표수 불일치는 돌발 상황에 따른 오류이거나 대량의 표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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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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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투표소에선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가 서로 일치하는 사례들도 발생했다던데, 이건 조작 아닌가요?

A. 전문가들은 확률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 근거로 '생일 문제(Birthday problem)'의 일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생일 문제란 직관적으로 생각하기에. 생일이 동일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큰 집단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23명만 모여도 그 중에 서로 생일이 같은 쌍이 존재할 가능성이 50% 이상 된다는 것입니다.

송종우 이화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숫자가 같을 확률이 생각보다 높은 것은 다시 말해 숫자가 같은 쌍이 하나도 없을 확률이 생각보다 적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교수는 그 예시로 로또 복권을 들었습니다.

그는 "로또 1등 당첨자가 많게는 10명씩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투표소에서 동일 득표수가 나오는 것은 확률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비범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도 이를 '조작'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조작'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오류"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블랙스완(Black Swan·검은 백조·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나왔다고 해서 '백조'가 아닌 것은 아니지 않냐"며 "한꺼번에 로또 1등 당첨자가 여러 명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그것을 조작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Q.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21대 총선 외에 다른 사례도 있나요?

A.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여러 투표소에서 발생했습니다.

△정유섭(인천 부평갑)-전하진(성남 분당을) 후보 각 2376표
△강동호(서울 중랑을)-황우여(인천 서을) 후보 각 2277표
△정용기(대전 대덕)-윤한홍(창원 마산회원) 후보 각 2245표
△최홍재(서울 은평갑)-이상휘(서울 동작갑) 후보 각 2235표
△김승제(서울 구로갑)-윤두환(울산 북) 후보 각 2185표
△박준선(서울 동대문을)-김성원(동두천 연천) 후보 각 1511표 등 2명씩 득표수가 같은 6쌍이 존재했습니다.

무려 세 후보의 득표수가 같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준길(서울 광진을)-허용범(서울 동대문갑)-허명환(경기 용인을) 후보 각 1828표로 동일한 득표수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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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총선이 실시된 15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 개표소에서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 개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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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sotong@ajunews.com

전환욱 hwanwook313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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