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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정부 "자율주행 '레벨4'에 1조원 투입해 1등 목표"... 업계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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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과기부 등 4개 부처, 자율주행 ‘레벨4’ 개발 추진
자율주행 혁신사업, 예타 통과… 7년간 1조974억 투입
"1조원으로 미래차 1등 착각… 관련 기업 참여 유도해야"
"코로나 19 사태, 뉴딜 정책으로 자율주행 검토해야"

정부가 ‘레벨4’ 자율주행 기반 구축 등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해 7년간 1조97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레벨4는 고도 자율주행 단계로 주변환경과 관계없이 차량이 알아서 주행하는 기술이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오는 2035년 약 133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완성차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3개 부처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최종적으로 통과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18년 7월 첫 기획을 시작해, 지난해 8월 예타 심사와 기술성 평가를 거쳐 약 2년 만에 예타를 통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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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아이오닉 기반 자율주행차로 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도심에서 야간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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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차 어벤져스’ 산업부 등 4개 부처, 레벨4 개발 추진

자율주행 혁신사업은 ‘미래차 1등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미래자동차 발전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친환경차 분야 연구개발(R&D) 사업이 예타를 통과했다. 정부는 사업 추진을 위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총 1조974억원을 투입한다. 1년에 1567억원 수준이다.

산업부는 최근 예타 통과 사업 중 사업비 규모가 높은 수준으로 미래차 개발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혁신사업은 5개 분야 84개 세부과제로 진행된다. 5개 분야에는 ▲차량융합 ▲정보통신기술( ICT)융합 ▲도로교통 융합 ▲자율주행 서비스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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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융합에는 사고발생 제로(Zero)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위한 영상 인식·처리 기술, 차량 플랫폼 기술, 차량 부품·시스템의 평가기술 등의 신기술 개발이 포함됐다. 또 자율주행의 지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활용한 데이터 처리, 차량통신·보안,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도 진행된다.

이 밖에 정부는 도로나 교통안전시설 등의 교통인프라 정보와 자율주행 기술을 연계하기 위해 자율주행 차량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과 자율주행 생태계 기반 완성을 위해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과 표준화 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이 향후 미래형 자동차 시장을 견인하게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차량 스스로 상황을 인지·판단해 주행하는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는 미국 미국자동차 기술자 협회(SAE) 기준으로 ▲레벨0(無자율주행) ▲레벨1(운전자 지원) ▲레벨2(부분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레벨4(고도 자율주행) ▲레벨5(완전 자율주행)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은 주행차선 이탈 방지, 차량 간격 유지 등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해주는 ‘레벨2’ 수준으로 양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으로 유명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술은 레벨2~3 수준이다.

◇車 업계는 ‘글쎄’... "투자금 적고, 기업참여 유도해야"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에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업계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하다. 우선 ‘미래차 1등 국가’라는 목표를 제시하기에는 정부의 투자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많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2023년까지 5년간 연구개발에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개발에 14조7000억원이 사용된다. 연평균으로 2조9400억원이다. 산업부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사용하겠다는 연간 사업비(1567억원) 보다 19배 많은 금액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자동차 담당 연구원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수조원을 써도 답이 안나오는 것을 7년간 1조원 써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생각은 큰 착각"이라면서 "다만 레벨4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차와 신호를 주고 받는 스마트 신호등 등 도로가 똑똑해질 필요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부품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조단위의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 만큼, 직접 경쟁보다는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부품, 솔루션 개발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4개 부처에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상호 협력이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울 것 같다"며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 여기에 자동차나 부품 뿐만 아니라, 통신사, 포털, IT부품, 건설사 등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업들이 모두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경제침체, 고용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율주행을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정부가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R&D 세액공제율은 6~14%, 영국은 11%, 프랑스는 30%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대한 R&D 세액공제율은 2013년 6%에서 지난해 2%로 3분의 1 줄어든 상황이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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