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에 꾸벅꾸벅 졸기도… 5·18 단체 집회 종일 이어져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중위나 대위가 헬기 사격 안 했을 것으로 나는 믿는다."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사진) 전(前) 대통령이 27일 법정에 두 번째 출석한 자리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 전 전 대통령 자신이 직접 혐의를 부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낭독 후,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내가 알기로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25분쯤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 낮 12시 19분 광주지법 법정동 건물 앞에 도착했다. 지난해 3월 11일 첫 재판에 출석한 지 1년 1개월여 만에 두 번째 출석이다.
마스크를 쓰고 승용차에서 내린 전 전 대통령은 10m가량 걸어 건물로 향하는 동안 "왜 반성하지 않느냐.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재판이 길어지자 전 전 대통령은 고개를 떨구며 꾸벅꾸벅 졸았다. 이날 광주지법 안팎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사과와 처벌을 촉구하는 5·18 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의 집회가 종일 이어졌다.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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