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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헬기사격 없었다"...방청석에선 "전두환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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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직접 헬기사격 부인하며 졸기도

작년 "왜 이래" 신경질적 반응과 딴판

오후 5시43분 떠나, 다음 재판 6월1일

조선일보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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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사격하지 않았을 것으로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前) 대통령이 27일 법정에 두번째 출석한 자리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이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 전 전 대통령 자신이 직접 혐의를 부인한 것은 처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낭독 후,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25분쯤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 오후 12시19분 광주지법 법정동 건물 앞에 도착했다. 지난 해 3월 11일 첫 재판에 출석한 지 1년 1개월여만에 두번째 출석이다.

회색 넥타이에 마스크를 쓴 채 검은 색 승용차에서 내린 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10m 가량 걸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느냐”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지난 해 첫 출석 때 취재진 질문에 “왜 이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해 첫 출석 이후,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1년여 동안 불출석 재판을 받아왔으나, 지난 1월 재판장이 변경되자 공판절차 갱신에 따른 인정신문을 받기 위해 이날 다시 법정에 나왔다. 형사소송법 상 형사재판 피고인은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이날 재판 시작과 함께 진행된 인정신문에서 전 전 대통령은 생년월일을 밝히고, 직업을 묻는 질문엔 “무직”이라고 답했다. 이어 재판장이 주소와 등록기준지를 확인하자 “맞다”고 답했다.

검사는 기소 배경 설명에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 전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회고록을 작성하면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헬기사격 동영상과 옛 전남도청 주변 지도 등을 설명하며,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시점인)1980년 5월 21일 오후2시경에는 광주에 무장헬기 출동 자체가 없었고, 헬기사격으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발견된 적 없다. 조 신부의 주장은 사실로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이 길어지자 전 전 대통령은 고개를 떨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이순자 여사는 졸고 있는 전 전 대통령에게 물을 건넸다. 지난 해 출석 때도 전 전 대통령은 재판 중 상당시간 동안 조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장은 피고인 측에 고령인 관계로 집중력이 떨어지면 휴정을 요청하라고 했고 재판이 1시간 20분 이상 이어지자 변호인 측의 요청으로 잠시 휴정한 뒤 재판이 재개되기도 했다.

변호인 의견 진술 도중 방청석에서 한 남성이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자 재판장은 이 남성을 퇴정시켰다.

한 차례 휴정 뒤, 재판장은 지난 1년 동안 이뤄진 헬기 사격 시민 목격자와 당시 광주로 출격했던 헬기 조종사 등에 대한 증인신문 요지를 정리해 낭독하고, 향후 일정을 고지한 뒤 3시간20분여 만에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재판을 마친 전 전 대통령은 5시 43쯤 광주지법을 떠났다. 다음 재판은 6월 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8년 5월 3일 불구속 기소됐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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