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기부금 특별법, 국회 상정
민주당 전혜숙 의원 대표 발의
'고갈우려' 고용보험기금에 투입키로
3개월 이상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기부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전액 환수한 뒤 기부금으로 처리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모인 돈은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면서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고용보험기금(고보기금)의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왼쪽)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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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 가구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는 대신 재정 여력을 고려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자발적 기부를 이끌어내기로 한 데 대한 후속조치다.
◇소득수준 상관없이 신청 안 하면 기부금 간주
긴급재난기부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사람이 기부에 동의하거나 접수 이후에 자발적 의사로 이를 반납하는 경우는 모집 지원금,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고 3개월 동안 신청이 들어오지 않은 경우는 자발적인 기부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의제 기부금’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정치권은 애초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던 상위 30% 고소득층을 상대로 기부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특별법이 원안대로 통과하면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재난지원금 기부의사를 밝히거나 3개월 내 신청하지 않으면 모두 환수한다.
기부금법은 국가나 지자체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특별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방자치단체나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자발적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특별법이 원안대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행안위에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예산이 함께 투입되는 재난지원금을 중앙정부 차원의 기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수령자) 본인이 (기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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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재원, 고용보험기금에 투입키로
모인 재원은 고용안정 재원으로 활용한다. 특별법은 재난기부금을 고보기금 수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고보기금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실업자와 무급휴직자 등이 급증하며 덩달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발표된 고용안정 특별대책에서도 무급휴직 신속지원 프로그램 등에 고보기금 재원을 쓰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보기금 고갈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고보기금 재정수지는 지난해 2조87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8082억원)보다 세 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고보기금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1년 적자를 기록한 후 2012년 흑자로 전환했지만 지난 2018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올해 들어 고보기금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한 상태다. 3월 실업급여 신청자는 15만6000여명으로 전년 동월(12만5000명) 대비 24.5% 늘었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액도 전년(6397억원) 대비 40.4% 증가한 8982억원에 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료 인상과 가입자 증가 영향으로 2022년에 고보기금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2022년까지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는 탓에 기부금 형태로 고보기금에 투입되는 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행안위에서 “순전히 자발적인 의사 표시”라며 “국민들께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추산을 얼마 정도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부는 자발성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사실상 자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게 됐다”며 “기부 유도로 일부 재원을 걷긴 하지만 회수되는 부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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