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하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은 2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이스타항공 서울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조차 하지 않은 엉터리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조합원을 비롯해 다양한 직군의 이스타항공 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해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썼다. 앞서 이 가면은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에서 착용한 바 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이날 직원의 22%에 달하는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한다고 한다"며 "사업정상화는커녕 직원 감축안을 목표로 한 악의적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측은 해고를 피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정리해고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이달 한 달 동안 노사협의를 형식적으로 진행해왔다. 근로기준법이 노사 협의를 통해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우선 논의하라고 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직원들이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고 나섰지만, 회사가 정리해고 인원수부터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측은 초기에 노사협의 노측 위원들에게 정리해고 선정기준을 내어놓으라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려 하더니 급기야 지난 24일에는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우리 노조와 노사협의 위원을 배제하기 위해 당일에만 회의 일정을 세 번이나 바꿔 정상적인 논의조차 불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정리해고는 결코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라며 "이스타항공 총수일가와 애경-제주항공이 자본 간의 거래 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길 심산으로 실시하는 정리해고"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 역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기업합병 승인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제주항공에만 이스타항공 인수자금 명목으로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인수하려면) 이스타항공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는 묵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포트의 전 노동자는 지금부터 노동자 정리해고와 고통전가에 맞서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만약 부당하고 위법한 정리해고를 계속 진행한다면 이스타항공 모든 노동자는 무기한 규탄집회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이날 노사협의회를 통해 300명 이상을 정리해고 하는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한다. 이스타항공의 정규직 직원수는 1473명으로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1620명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의 자회사인 이스타포트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이스타항공은 유동성 문제로 지난 3월 임직원 급여는 40%만 지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지급했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도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국내선은 다음달 25일, 국제선은 오는 6월 30일 운행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스타항공 전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한 직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익성 높은 노선에 대한 운항 재개와 정리해고 중단을 위한 전직원 대상 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이스타항공 인수기업인 제주항공과 고용안정을 위한 협약을 추진하고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에 대해서는 해고 철회 투쟁과 법률 대응 등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본사 앞에서 무기한 투쟁을 이어간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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