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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봉투, 갖고나가지 말라" 靑비서실장 김정렴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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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비서실장만 9년3개월... 김정렴 별세

25일 별세한 김정렴(96) 박정희 대통령기념사업회장은 1969년 10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9년 3개월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 역대 정부를 통틀어 최장수 비서실상 재임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최장수 비서실장이라는 영예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철저히 낮췄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정치회고록 ‘아, 박정희’에서 “청와대 비서실을 구성하는 수석비서관·비서관·행정관은 대통령의 그림자처럼 행동해야 하고, 대통령이란 큰 나무의 그늘에서 존재가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일해야 한다”면서 “그 그늘을 벗어나 양지로 나와 존재를 과시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지난 25일 별세한 김정렴 박정희 대통령기념사업회장/조선DB


그가 비서실장 취임 당시 직원들에게 당부했던 말을 보더라도 그의 이런 철학이 드러난다. 그는 “국민이 청와대를 쳐다볼 때 각하 내외만 보여야지 비서관들이 보여선 안 된다”면서 “나를 포함해 우리 비서관들은 뒤에서 소리없이 각하 내외를 보필하고 각하와 행정부 간의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또 다른 저서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에서도 자신을 낮추는 그의 성품을 짐작게 하는 일화가 등장한다. 비서실장직을 권하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그는 “경제나 좀 알지 정치는 모른다”면서 비서실장만은 적임이 아니라고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경제야말로 국정의 기본이고 경제가 잘돼야 정치·국방도 튼튼하게 할 수 있다”면서 그를 설득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청와대 비서실이 외부에 권력기관으로 비치는 것도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비서실 사람들은 기자회견이나 강연 같은 것에 임해선 안 된다”면서 “명함 만드는 일도, 청와대 마크가 새겨진 봉투를 바깥에 갖고 나가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국민은 청와대를 권력기관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비서관 등이 음식점이나 술집 또는 교제석상에서 청와대라는 낱말이 새겨진 명함을 돌리면 명함을 받은 사람이 이를 엉뚱한 곳에 이용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또 ‘청와대 용’임을 표시한 용지나 봉투가 많이 유통되면 될수록 불미스런 일도 늘고 적절한 단속도 어려워진다고 생각했다.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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