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직 ‘빅5’ 친문 중심 물밑 경쟁
원내대표, 김태년-전해철 친문 정면대결
국회의장, 박병석 대세론에 김진표 맞짱
당 대표, 이낙연 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
대선주자, 이낙연-이재명-박원순 ‘3파전’
서울시장은 박영선-우상호 ‘양강구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4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더불어시민당과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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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친문재인 성향의 국회의원이 20대 국회보다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김성휘 <머니투데이> 기자가 총선 뒤 ‘피렌체의 식탁’에 ‘제21대 국회 친문 그룹 해부’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각각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자꾸 계파로 분류하는 것이 썩 바람직하지도 않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권 내부 권력지형의 변화를 살펴보는 데는 꽤 유익한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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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는 윤호중 홍영표 전해철 등 19명을 ‘핵심친문’으로, 박병석 김진표 송영길 김영주 김태년 등 재선 이상 22명을 ‘친문그룹’으로, 강선우 고영인 김남국 등 초선 28명을 ‘신친문’으로 분류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친문 아닌 이는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모든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약속하며 유권자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친문그룹에도 핵심인사들이 있다. 이들은 정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준 또는 범위로 분류되곤 했다.
그동안 친문그룹을 규정한 주요 기준은 언제(when), 어떻게(how) 결합했느냐다. 이에 따라 21대 총선 당선자들은 ▲좁게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그룹, ▲넓게는 문 대통령과 인간적·정치적 인연을 다양하게 맺은 경우, ▲가장 넓게는 민주당에 영입된 초선의원 군(群)으로 분류된다. 기존 정치 문법에 따르자면 세 그룹은 각각 핵심친문, 친문, 신(新)친문이라 부를 수 있다. 세 그룹을 합하면 최소 60명, 최대 90명 안팎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들의 이런 인적 구성은 20대 국회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범주류’는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친노-친문’, 김근태 전 의원과 가까웠던 인사들의 모임인 ‘민평련’, 86 운동권 출신 공부 모임 ‘더미래’ 등 세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20대 국회 원내대표를 1년씩 지낸 우상호-우원식-홍영표-이인영 의원이 세 그룹 소속입니다.
쉽게 말해서 21대 국회에서는 이 세 그룹 가운데 첫 번째 그룹인 ‘친노-친문’, 그중에서도 ‘친문’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친문’의 대거 약진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정치권력의 핵심 요직을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대거 차지하게 될 것을 예고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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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년 동안 여권 내부에서 선출하는 핵심 요직 ‘빅5’(원내대표, 국회의장, 당 대표, 대선후보, 서울시장)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원내대표입니다.
앞으로 4년 동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친문’이 아니면 당선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범주류 내부의 균형이 확 기울었기 때문입니다.
21대 첫 번째 원내대표를 5월 7일 당선자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합니다. 친문 4선 김태년 의원과 친문 3선 전해철 의원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찾아다니며 선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국회의장입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과 부의장에 대해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내 다수 정당이 국회의장직을 차지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경선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면 그 사람이 국회의장이 되는 것입니다.
21대 국회 최다선 의원은 6선 박병석 의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특사로 보낸 적이 있어 친문으로 분류됩니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은 대전 지역구 7석에서 모두 승리했기 때문에 충청권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보상을 해야 할 처지입니다. 박병석 의원의 지역구는 대전 서갑입니다. 국회의장에 세 번째 도전이라 당내 동정 여론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친문인 김진표 의원이 도전장을 냈습니다. 김진표 의원은 경제 부총리를 지낸 경기 수원무 지역구 5선 국회의원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를 아는 국회의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회의장도 친문끼리의 대결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게 될 더불어민주당 대표입니다.
원내대표나 국회의장 후보는 국회의원들이 선출하지만, 대표는 당원 및 대의원들이 선출합니다.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 당원 및 대의원들의 힘은 절대적입니다.
의원총회에서 친문 의원들의 차지하는 비중보다 전당대회에서 친문 당원 및 대의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편입니다. 2016년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대표와 최고위원들, 2018년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그렇게 선출됐습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전당대회에서도 친문 당원 및 대의원들이 당권의 최종 향배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를 열심히 준비해 온 사람들은 송영길 의원, 우원식 의원, 홍영표 의원 등입니다. 영남에서 낙선한 김부겸 김영춘 의원, 당선한 김두관 의원 등도 나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관심사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인 것 같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가 대표로 나서면 그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당헌에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통령 선거일 전 1년까지 사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대표가 되더라도 대선후보로 나서려면 내년 3월에 사퇴해야 합니다. 이낙연 전 총리 주변에서는 7개월짜리 대표를 하지 말고 대선주자로 곧장 가야 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일단 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그가 대표 경선에 뛰어들면, 지금까지 대표 출마를 준비하던 사람들은 일단 물러서고,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가 대표에 나서지 않고 대선후보 직행을 선택하더라도 그가 대표 후보들 가운데 누구와 제휴하느냐가 당장 경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친문 대선후보에 친문 당 대표’, ‘호남 대선후보에 호남 당 대표’ 같은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너무 민감한 문제라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넷째, 대선후보 경선입니다.
‘코로나 19’와 ‘21대 총선’을 거치며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경쟁 구도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3파전’으로 정리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김부겸 김영춘 김두관 의원도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보다 선명한 대선후보 경선 구도는 내년 하반기에나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친문’의 영향력입니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 대선후보 경선은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현직 대통령이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통상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야당보다 더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끝까지 비판하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도가 예외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와 21대 총선을 거치며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크게 올라가면서 과거 우리 정치의 이런 고질도 이번에는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상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에 끼어들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일반 유권자와 더불어민주당 당원·대의원들은 누가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지를 기준으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말이 쉬워서 그렇지, 만약에 그런 현상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참으로 놀라운 장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다섯째, 서울시장입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열린 지난 10일 경기 고양 덕양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비례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고양/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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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뒤의 일이지만 2022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쟁도 흥미롭습니다. 2018년 박원순 시장과 당내 경선을 치렀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우상호 의원이 강력한 주자들입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장 후보 경쟁에도 친문 성향 정치인이 얼마든지 새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더불어민주당 공천은 서울시장 당선 보증서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앞으로 2년 동안 우리나라 정치권력의 핵심 요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친문’일 수 있습니다. 참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왜 그럴까요?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할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단서는 있습니다. ‘친문’은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과 친한 정치인이나 추종자들을 의미하는 호칭이 아니라, 정보화 혁명과 ‘코로나 19’ 사태 이후 다가오는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과 팔로워십인지도 모릅니다. 현실적으로든 학술적으로든 ‘친문’에 대한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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