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과학 과목 방과후 교사로 근무해 온 김수향(익명·45)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방과후 수업을 못 하게 됐다.
김씨는 1주일에 3일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의 온라인수업 접수나 신청을 지원하는 도우미로 일하고 있지만 월급이 최고 50만원도 안 돼 얼마 전부터 치매전수조사요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투잡'을 뛰어도 이전 수준만큼 벌지 못해 경제적 부담이 막대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19 발생 전까지만 해도 학교 4곳을 다니면서 200만원은 벌었는데 지금은 한 곳도 못 나간다"며 "지난달부터는 카드값을 돌려막기식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 30만원씩 나가는 아파트 대출금 이자와 생활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두 자녀의 학원 수강을 중단하기로 했다.
김씨는 "중3 아들한테는 영어와 수학학원을, 초등학교 5학년 딸한테는 피아노학원을 한 달만 쉬자고 했다"면서 "딸아이는 집에서 혼자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의 여행업계 |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타를 맞은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사실상 '아사 상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20년 경력의 관광통역안내사 김리희(45)씨는 춘제(春節·중국의 설)인 1월 말부터 수입이 뚝 끊겼다. 중국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도중 귀국해 버렸고 1년 전부터 잡혀 있던 예약도 취소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다 겪었지만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한한령에도 기존에 예약했던 중국 여행 일정이 차질 없이 이뤄졌고 비즈니스 왕래도 일부 있었지만 코로나19는 모든 해외 이동을 멈추게 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20년 동안 수입이 0원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도서관 청소 등 임시 일자리로 생계를 충당하면서 자영업을 하는 것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줄어든 단체 관광객 |
20대 후반부터 관광버스를 몰았던 이모(34)씨는 지난달 운전대를 놓았다.
봄 소풍, 꽃놀이 등과 관련한 관광버스 이용 수요가 급감해 2월 수입이 70만원, 3월 3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직장을 관둬 고정수입이 없으니 은행 대출도 쉽지 않았다.
이씨는 "당장 보험료, 할부금, 각종 공과금을 내야 하는데 월급 3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었다"며 "직장이 없다 보니 (대출) 심사 과정도 까다롭고 겨우 300만원밖에 (대출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이견 등으로 긴급생활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 데 대해 "일단 생계가 급급한 시민을 살려내야 경제도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면서 "국민들 밥값을 주느니 마느니 하면서 싸우는 걸 보면 가끔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에 가장 타격이 큰 사람들이 특수고용근로자나 프리랜서인데 여전히 복지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라도 실업급여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지금 중요한 건 '선별적이냐, 보편적이냐'가 아니라 생계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하루빨리 지원금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 운영위원장은 "그간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소모적인 분쟁을 해온 탓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최대한 빨리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을 약자 계층에 대한 정치권 논의가 소극적이었음을 각성하고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약 1천만 명의 국민을 구제하는 핵심 논의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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