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전격 사퇴
아침부터 부산시 발칵
오 시장 "다른 피해 없게 해달라"
행정부시장이 권한대행 맡아
오거돈(72) 부산시장이 23일“이런 잘못을 안고 위대한 부산시민이 맡겨주신 시장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전격 사퇴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갖고,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남은 삶을 사죄하고 참회하면서 평생 과오를 짊어지고 살겠다”며“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고, 3전 4기로 어렵게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시민을 위해 시정을 잘 해내고 싶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죄송스럽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오 시장이 밝힌 성추행 사건은 지난 7일 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오 시장에게 시한을 정하고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는 시청 주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오 시장의 이날 사퇴 발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8시쯤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 그러나 오전 8시30분쯤 변성완 행정부시장, 박성훈 경제부시장, 김선조 기획조정실장 등을 불러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 전까지 코로나 재해대책회의를 갖는 등 평소처럼 돌아가던 부산시는 갑자기 발칵 뒤집혔다. 이후 시 고위간부와 정무라인 등이 시장의 뜻을 정확히 읽어내고 설득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 때쯤부터 “건강 상태가 안 좋아 사퇴한다”, “여당이 완패한 부산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에전 가로세로연구소의 통역 직원 성추행 논란 때문”이라는 등의 소문이 돌았다. 오 시장은 3~4년 전 위암 수술을 2차례 받았다. 통역 직원 성추행 논란은 지난해 8~9월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제기했고, 오 시장은 그 해 10월 이 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총선 책임론’은 일부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22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번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 ‘오 시장의 실정’”의 가장 비중이 높았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정작 사퇴 이유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다른 미투’였다.
그러나 오 시장이 최근 행사 등 외부 활동에 불참하고, 지난 14일 연가를 내는가 하면 15일 선거날 종전 관행과 달리 투표를 비공개로 하면서 일부에선 “이상하다”는 얘기도 돌았다. 실제 이틀 전쯤부터 수영구 남천동 시장관사에서 짐을 옮기는 등 이상 조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에도 관사에서 가족회의를 한 뒤 시청으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 변 행정부시장 등이 다시 시장실로 불려갔다. 이후 시장실 문은 안에서 잠겼다. 시청 안에 도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언론들이 시장실 문 앞으로 몰려갔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참 회의를 한 뒤 10시 40분쯤 변 부시장, 박 부시장 등이 나왔다. “나중 기자 회견을 들으면 아실 거다”는 말만 했다.
오 시장은 회견에서 “한 가지만 부탁한다. 피해자 분께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언론인 여러분 포함해서 시민들께서 보호해 달라”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고 말한 뒤 바로 빠져 나갔다.
오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부산시는 변성완 행정부시장이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부산시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변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보궐선거는 선거법상 내년 4월 7일 열린다.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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