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부 장관 밝혀…"최근 WTI 선물가 폭락은 만기따른 급매 때문"
"사우디·UAE 등 5월 시작 감산 합의 앞당기는 데 반대"
타스 통신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OPEC+를 이끌고 있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OPEC+ 국가들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필요할 경우 대응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는 전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 폭락 사태를 극적으로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이는 실제 원유가 아니라 파생금융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페이퍼 마켓'(paper market)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WTI 5월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폭락한 사태를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는 "어제(20일) 일어난 WTI 가격 폭락은 5월 인도분 선물 거래일 종료 시점(21일)에 이루어진 대규모 매도, 저장고 포화 가능성 등과 관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박 장관은 이어 "현재 원유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조치, 저장고 포화, 국제경제 회복 시기의 불투명성 등과 연관된 수요 급감으로 아주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변동성이 5월에 시작될 OPEC+ 감산 합의 이행, OPEC+에 참여하지 않는 산유국들의 감산 동참, 코로나19에 따른 제한조치 완화 등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박 장관은 22일 자국 하원 교섭단체 대표들과의 화상회의에서 "현재 우리는 석유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가장 심하게 감소하는 단계에 있다"면서 "수요 감소가 하루 2천만~3천만 배럴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 급감 사태와 관련, OPEC+에 참여하는 23개 산유국은 지난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가스콘덴세이트 제외)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감산 협상을 주도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량을 각각 하루 250만 배럴씩 줄이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들은 유가 폭락 상황에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OPEC+가 5월 이전에 더 일찍 감산에 착수하는 방안을 적합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타스 통신이 22일 중동 국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WTI 가격 폭락은 여러 기술적 요소와 투기적 요소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본다"면서 "(5월부터 시작될) 감산 효과를 기다려야 하며 그때가 되면 시장이 스스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4월 공급량이 이미 다 정해져 있고, 고객들은 감산이 5월부터 시작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4월에 감산에 착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와 알제리 등 몇몇 OPEC+ 산유국들은 전날 화상회의를 통해 유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한 조기 감산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보다 55.90달러, 약 305% 폭락한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21일에는 6월물 WTI가 43.4%(8.86달러) 급락한 배럴당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2일에도 유가는 저가 행진을 계속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6월물은 10.81달러 수준에 거래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물 가격은 배럴당 15.98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1999년 6월 이후 거의 21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러시아 우랄산 원유도 이날 배럴당 11.59 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 유가 폭락은 코로나19로 세계적 원유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이에 따라 과잉 공급된 원유가 저장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산유시설.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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