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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유가 폭락’ 충격,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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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관련 상장지수펀드들 유가 선물에서 발 뺄 조짐

석유업계 파산 이어질 땐 회사채 시장도 장담 못해


한겨레

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이 -37.63달러로 떨어지면서 시작된 유가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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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폭락하면서 유가 불안이 석유업계를 넘어 금융시장으로 번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43.4% 내린 배럴당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핵심 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19.33달러로 24% 내렸다. 브렌트유 가격은 18년 만에 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의 연쇄 폭락은 서부텍사스유 5월분이 -37.63달러를 기록한 전날의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증권 관계자들은 5월분의 대폭락이 선물 만기 때 흔한 ‘기술적 변동’의 극단적 형태이며 6월분이나 브렌트유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대형 석유 펀드들이 유가 선물에서 발을 뺄 조짐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하루 만에 바뀌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최대 석유 상장지수펀드(ETF)인 ‘미국석유펀드’(USO)가 서부텍사스유 6월분 선물 비중을 크게 낮추고 만기가 긴 유가 선물 또는 에너지 파생상품으로 투자 대상을 바꾸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20일 기준으로, 이 펀드의 6월분 보유 비중은 뉴욕상업거래소 전체 6월분의 25%에 달했다. 이 펀드는 최근 몇주 동안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며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았는데, 증권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되는 이 펀드의 가격은 21일 하루새 25%나 떨어졌다. 유가 선물 시장의 충격이 곧바로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바닥을 치고 안정됐다는 인식이 퍼지던 금융시장 전반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투자자들이 에너지기업 주식부터 산유국인 러시아의 루블화까지 관련 자산을 모두 팔아치우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신문은 석유업체들의 파산과 인수합병 등 지각변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에너지 관련 대출의 영향으로 금융계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셰일 시추업체 유닛이 파산 신청을 준비하는 등 미국 셰일 업계의 파산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유닛이 유가 폭락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 보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와 와이오밍, 멕시코 걸프만 등에서 셰일 석유 및 가스를 시추하는 이 회사의 회사채는 달러당 10센트 선에서 거래되는 등 휴지 조각이 됐다.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시추업체는 1분기에만 7곳이 파산했는데, 다시 파산 행렬이 이어질 경우 지난 3월 회사채 시장 대혼란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 미국 증시의 석유 관련 폭락세가 홍콩으로 번지면서 5억달러 이상의 파생상품을 보유한 ‘삼성 S&P GSCI 원유 ER 선물 상장지수펀드’가 이날 46%나 폭락했다고 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시작된 파문이 전세계 금융계를 공포로 몰아갈 조짐이 보인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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