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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사건 2심 개시…의붓아들 살해 여부 다시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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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 은닉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 재판 2심이 시작된다.

22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는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1심 후 고씨는 형량이 높다며,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각각 항소했다.

이번 항소심의 쟁점은 고유정이 홍모씨의 친아들인 승빈(사망 당시 5세)군을 살해했는지 여부다.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혐의’와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각각 별건으로 기소됐는데 지난해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결국 지난 2월 1심 법원은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혐의는 인정했지만, 홍군을 살해한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5세 아이, 성인 다리에 눌려 사망 가능성 없어”

검찰은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 입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검찰은 고유정이 승빈군의 뒤통수를 10여분 간 눌러 살해했다고 봤다. 부검 결과와 법의학자 의견을 종합해 승빈군의 사인이 고의적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것이다. 검찰 측은 승빈군이 눌린 상태에서 반대쪽 코로 숨 쉴 수 있는데도 질식사한 것은 고의로 누군가 눌렀기 때문이고 홍씨의 다리에 눌렸다면 목과 등에 출혈이 있을 수 없다 봤다.

이숭덕 서울대 의대 법의학연구소 교수는 법정에서 `사건 당시 함께 자고 있던 피해자 아버지의 몸에 눌려 숨졌을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고 답변했다. 부검의도 “5세가량 유아면 당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승빈군의 사망 전날 홍씨가 옆에 있는 상태에서 고유정이 수면유도제를 차에 넣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아이가 잠든 홍씨의 다리에 눌려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유정이 고의로 수면유도제를 차에 타서 홍씨에게 먹여 잠들게 했는지도 논란거리다. 홍씨는 “집에서 항상 고유정과 붙어 있던 것도 아닌데 수면제를 탈 시간이 없었겠나”라면서 “그 공간에 나랑 고유정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재판부는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고 전 남편 살해사건처럼 계획적으로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시했다.

◇경찰 ‘잠버릇 문자’로 “父 과실치사”

승빈군 사망 당시 경찰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시시비비를 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사건 초반 승빈군에게 나온 혈흔이 많지 않다며 ‘타살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발표했다가, 홍씨가 반박하자 ‘타살 가능성도 수사 중’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승빈군 사망 후 두 달 뒤인 작년 5월에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승빈군의 사인은 ‘압착에 의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작년 5월 말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난 후 홍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조사에서는 ‘잠버릇’을 근거로 홍씨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홍씨는 “승빈이 사망 건과 관련 초반에 고유정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를 씌운 것”이라며 “부검 결과가 타살 정황이 있다고 나왔으면 나뿐만 아니라 고유정도 조사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초동 수사 부실 논란에 대해 당시 경찰은 “아동학대 소견이 없어 부검 결과를 기다렸다”며 “(2019년) 5월 부검 결과를 통보받은 뒤 홍씨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이어 고유정도 동일하게 조사를 하려던 와중 제주에서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사건이 발생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홍씨는 “너무나 큰 사건의 중심이 되고 나니 상상 이상으로 묻히는 사건이 많겠구나 하고 느꼈다”면서 “다투고 싶어도 못 다투는 피해자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눈물을 흘리는 피해자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건 어렵지 않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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