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강간모의·성착취물 소지도 처벌”…n번방 관련 입법 속도낼까

법무부·양형위 ‘처벌 강화’ 발표 이어

아동청소년 보호 등 후속 입법 이어져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6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강훈은 조주빈의 주요 공범으로서 '박사방' 참여자를 모집하고,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데 적극 가담했다"며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공동취재사진

텔레그램 ‘엔(n)번방’ ‘박사방’처럼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 성착취 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20대 국회 내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법무부도 성착취 범행에 따른 범죄수익 환수하는 등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다고 발표하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디지털 성범죄 형량을 높이겠다고 밝혀 관련 법안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21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토킹과 강간모의, 성착취물을 통한 재산 증식 등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를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고 상습범을 가중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6개 법안(△성폭력처벌법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형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정보통신망법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재 처벌 규정이 없는 강간 모의에 대해 강간죄 예비·음모시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경범죄로 처벌해 형량이 매우 낮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 별도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또 성착취물을 통해 수익을 얻을 경우 법원이 이를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담았다. 이밖에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동의나 폭행·협박 여부 관계없이 처벌하는 것) 성립 연령을 현행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올리고, 성매매 대상이 된 미성년자를 보호처분하는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에 ‘피해 아동청소년’ 규정을 신설해 아동·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권미혁 의원도 성착취물 시청을 ‘일시적 소지’행위로 보고 성착취물 소지범죄 범위를 확장하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신상공개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처벌법, 아청법, 특정범죄강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최근 법무부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잇따라 성범죄 형량을 강화하겠단 입장을 밝힌 가운데 후속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성범죄 관련 입법 논의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7일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성범죄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그간 우리 사회의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었음을 반성하면서 성범죄 전체에 대한 형사사법적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성범죄 처벌 범위를 확장하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1일 열린 원내대표단-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텔레그램 엔번방 관련 입법은 국회 1호 입법 청원”이라며 20대 국회 임기 만료 전 통과의지를 강조했다.

여성계에선 성폭력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현행법상 성폭력·성매매 개념에 대한 변경까지 보다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시민단체들이 모인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20대 국회에서 성착취물 유포 협박과 소지죄에 대한 개정은 필수적이다. 다만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에 국한돼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여성 대상 폭력’이라는 보다 넓은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며 “성착취물이 다크웹에서 유포되고 포털을 통해 검색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기존 법상 성폭력, 성매매의 개념 자체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성폭력처벌법에선 성적인 부위가 아닌 신체나 전신을 성적 대상화하는 경우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등장할 때마다 구성요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디지털 성범죄의 내용을 포괄하기 어렵다”며 “형법에 사생활 침해범죄를 신설하고 성적 속성이 있는 사생활 침해의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성폭력처벌법에 두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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