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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중앙일보 '김식의 야구노트'

[김식의 야구노트] 야구의 새 법칙, 적자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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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흔들린 야구의 루틴

강한 자보다 적응한 자가 승리 차지

중앙일보

올해 프로야구는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개막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 자체 청백전이 열린 잠실야구장. 관중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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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33)는 등판 4시간 전부터 분(分) 단위로 움직인다. 오후 7시 5분 경기라면 정확히 3시 5분에 자신의 루틴을 시작한다. 지난해 류현진(33·토론토)의 트레이너로 다저스에서 생활한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는 “커쇼는 마사지 베드 높이를 ㎝ 단위로 정확히 맞춘다. 스파이크 끈을 맬 때도 시계를 본다.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철저하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루틴이 있다. 등판 전날 감자탕을 먹고, 경기 시작 4시간 전에 냉·온탕 찜질을 한다. 이승엽(44·은퇴)은 한때 야구장 가는 길의 차로까지 정해서 운전했다. ‘멘탈 스포츠’인 야구에서 선수들은 루틴을 통해 물리적 준비와 동시에 심리적 안정까지 얻으려 한다.

2020년 스포츠맨들의 루틴은 완전히 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겨울 종목 대부분이 조기 종료했다. 개막 직전 멈춘 야구는 일정 재개를 논의 중이다. 이달 초 한국과 미국 야구 일정이 모두 멈췄다. MLB는 한 달 넘게 ‘봉쇄’됐고, KBO리그는 자체 청백전을 했다. KBO 선수들은 “개막일을 모른 채 준비하는 게 가장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례적 상황인 만큼, 야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 중이다. MLB는 5월 중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30개 팀이 집결, 4~5개월간 단축 리그를 진행하는 ‘애리조나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홈 구장을 떠나서 무관중 경기를 치르기에 구단은 입장 수입을 올릴 수 없다. TV 중계권료 등 수입이라도 벌어 야구산업을 유지하자는 게 이 계획의 골자다.

커쇼가 이 계획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야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가족과 몇 달간 떨어지는 건 동의할 수 없다. 무관중 리그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걸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쇼는 위대한 투수이면서 매우 가정적이다.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아이들과 노는 게 그의 루틴이다.

한국이 방역에 성공하면서, KBO리그는 다음 달 초 관중 없이 개막할 전망이다. 그래도 전과는 다른 야구가 될 것이다. KBO의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 2판에 따르면,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침을 뱉지 못한다. 맨손 하이파이브도 금지됐다.

현장에서는 “낯설고 불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세상은 바뀌었다.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불편과 동행할 수밖에 없다. 김용일 코치는 “청백전을 치렀어도 선수들 집중력은 많이 떨어져 있다. 긴장감을 유지하고 철저히 준비한 선수들이 좋은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환경을 탓하기보다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2020년 야구는 강자(强者)가 아니라 적자(適者)가 이기는 게임이 될 것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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