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화상회의 늘어
‘집콕’ 길어지고 온라인 수업
넷플릭스·유튜브, 트래픽 과다
유럽 각국 영상 화질 낮추기도
더 빠른 통신망 선호 불보듯
정부도 5G 조직·기능 확대
그래픽_김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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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3세대(3G) 통신에서는 영상통화가 킬러서비스였다. 3G에서는 대용량 영상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만큼 2세대 통신과의 결정적 차이점이자 홍보포인트였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는 각각 ‘영상통화 완전정복’, ‘쇼를 하라’ 시리즈 광고캠페인을 공격적으로 펼치며 홍보전을 진행했다. 광고는 화제를 낳았다. 우습고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영상통화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요금도 비쌌지만, 일상에서 ‘쇼’를 하는 이용자는 없었다. 3G 대중화의 결정적 계기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데서 등장했다. 2009년 말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3G였다. 케이티경제경영연구소의 담당 연구원은 “당시 아이폰과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는 내부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소수 얼리어답터들의 장난감 같은 수요가 있을 정도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이 5세대 통신에서 재현되고 있다. 이번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의 등장이다. 홀로그램을 활용한 가상회의, 거실 벽 전체를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이용하는 영화 감상, 운전대에서 손놓은 자율주행차…. 1년 전인 2019년 4월3일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세대(5G) 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서비스하면서 5세대 통신의 미래로 제시한 풍경들이다. 5G는 국내 서비스 1년 만인 지난 2일 577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9일 발표한 ‘5G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에서 약 840만대의 5G 스마트폰이 판매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절반(48%)이 5G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5G 통신이 대세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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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치와 전망은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최신 스마트폰 단말기로 인한 효과일뿐, 이용자 차원에선 5G 서비스를 실감할 무엇이 없다. 4세대(LTE) 통신으로 답답함과 불만을 느끼는 서비스는 거의 없고, 5G가 킬러서비스로 내세웠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원격의료 등도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로딩 시간을 없애버린다는 5G의 초저지연 기술 특성을 내세운 각종 서비스들 또한 소비자가 직접 서비스의 품질 차이와 콘텐츠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기업간 수요(B2B)다. 그러니 현재 초기 투자중인 5G 네트워크와 전송속도가 업그레이드 돼도 이용자들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서비스 등을 필수적 서비스로 여길지도 미지수다. 필수 콘텐츠 없는 서비스와 하드웨어는 그 자체로 뛰어나도 입체티브이(3D TV)나 블루레이처럼 결국 외면당한다.
5G도 비슷한 우려를 안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올해는 확실한 5G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 목표입니다”라고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이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털어놓은 것처럼 ‘비즈니스 모델’ 발굴은 통신업계의 5G 활성화의 화두다.
코로나19 사태는 사회와 경제 각 분야에 전에 없던 변화를 가져왔지만, 통신업계도 맨 앞줄에서 코로나19 상황을 맞고 있다. 통신망과 각종 인터넷 서비스가 ‘비대면(언택트)’ 사회·경제 활동의 토대가 되고 있어서다. 화상회의와 온라인 교육콘텐츠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집콕’하게 되면서 반강제적으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비대면 업무사회활동’을 하게 됐다.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로도 얼마든지 오프라인 대면 활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경험을 갖게 됐다. ‘집콕’ 기간이 길어지면서 영화 시청만이 아니라 온라인 피트니스도 경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화상회의와 온라인교육 콘텐츠를 5G로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대면 활동이 사회 각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곳곳에서 네트워크 트래픽 포화현상을 겪게 되면 이용자들은 더 빠르고 용량이 큰 통신서비스를 선호하게 된다. 증권사들이 코로나19의 수혜산업으로 통신업종을 앞다퉈 추천하는 배경이다. 집콕 생활로 인한 트래픽 과다를 이유로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지난달부터 유럽 각국에서 동영상의 화질을 낮춰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다운로드 속도는 크게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이용자들은 유튜브에서 영상품질 저하와 교육방송 온라인수업의 접속 오류를 경험하는 중이다. 5G의 특징은 전송속도만이 아니라 동시 처리 트래픽 규모가 엘티이의 20배 수준이라는 점이다. 서비스 대중화에는 기술환경이 기본이지만 소비자가 필요성을 인식해야 자발적 수요로 이어진다.
지난 8일 정부는 ‘5G플러스 전략위원회’를 열어 정부의 5G 활성화전략 담당 조직과 기능을 확대했다. 교육부와 국방부를 포함시켜 위원회 참여부처를 12개 부처로 확대하고 기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위주의 과제실행 점검시스템도 각 부처와 민간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바꿔 전략점검반을 구성했다. 정부 차원에서 5G를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수단의 주요수단으로 인식하고 5G 기반 구축 지원을 넘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감형 서비스 창출과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G에서 통신사들이 밀었던 영상통화 대신 아이폰이 서비스 대중화를 견인한 것처럼 5G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집콕과 비대면 활동은 첨단 통신서비스를 필수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중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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