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전파망원경 구축 프로젝트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달 초 달 뒷면에 있는 충돌구(크레이터)를 이용해 전파망원경을 구축하는 ‘루너 크레이터 전파망원경(LCRT)’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지구 대기에 의한 방해를 피해 더 선명하게 우주를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AS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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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뒷면은 오랜 기간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었다. 달의 자전 주기는 공전 주기와 같아서 달은 항상 지구에 앞면만을 보여준다. 지난해 1월 3일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4호’가 달 탐사 로봇 ‘위투’(玉兎·옥토끼)를 착륙시키기 전까지 인류가 50년 넘게 시도한 달 탐사는 모두 달 앞면에서 이뤄졌다. 위투는 달 뒷면 표면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남겼다. 이런 달 뒷면에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짓고 인류가 그간 보지 못했던 우주 신호를 찾는 임무가 시작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달 초 달 뒷면에 있는 충돌구(크레이터)를 이용해 전파망원경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젝트의 명칭은 ‘루너 크레이터 전파 망원경(LCRT)’이다.
○달 뒷면에 거대한 전파천문대 세운다
달의 뒷면 |
달 뒷면의 크레이터에 전파망원경을 구축하는 이유는 지구에서 나오는 무수한 전파와 두꺼운 대기층, 대기에 포함된 전리층의 간섭에 방해받지 않고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달 뒷면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는 달에서 할 과학 연구 주제로 오래전부터 제안됐다”며 “달 뒷면은 지구에서 나오는 각종 전파 잡음도 없어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천체 신호를 포착하는 데 가장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NASA에 따르면 LCRT는 지름 3∼5km인 달 뒷면 크레이터에 설치된다. 우주 환경에서의 극심한 온도 변화에 버틸 금속 소재로 먼저 와이어를 만든 뒤 이 와이어를 엮어 그물망 형태의 거대 구조물을 만들고 그물망의 중심부에 전파 수신기를 달아 우주 신호를 관측하는 방식이다. 와이어 설치는 달 탐사 로버가 맡는다.
LCRT는 여러 개의 접시형 안테나를 연결한 전파망원경과는 달리 달 뒷면 크레이터 하나를 망원경 접시처럼 쓴다. 최종 완성된 그물망은 일종의 전파망원경의 안테나 접시 역할을 한다. 지름만 약 1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대로 구축이 성공하면 태양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은 중국 구이저우성 산림지대에 구축한 지름 500m 규모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이다. 톈옌은 중국이 2011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해 2016년 9월 정식 가동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나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NASA가 구축 중인 LCRT는 규모 측면에서 톈옌의 두 배에 이른다.
○설치 방식 간단, 연구 성과 ‘무궁무진’
NASA는 LCRT가 구축되면 인류가 지금까지 관측하지 못했던 6∼3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관측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파 길이에 해당하는 파장으로 환산하면 규모가 10∼50m에 이른다. 지구 전리층에 반사되는 영역대의 파장인데 인류가 아직 관측한 적이 없다. NASA는 이 대역의 전파를 수신하면 다른 항성을 도는 외계행성을 관측하고 우주 생성 초기에 형성된 항성이 내는 빛을 관측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영준 본부장은 “달 뒷면 크레이터에 금속 소재 와이어를 그물처럼 펼치기만 하면 수 MHz 대역의 전파 신호를 충분히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ASA는 우선 LCRT의 기계적 설계에 초점을 맞춘 개념 연구에 나선다. 그런 뒤 현재 진행 중인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의 달 탐사 로버를 활용해 LCRT를 구축하는 데 적합한 크레이터를 찾을 계획이다. 김기태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장은 “지구상에서는 GHz(기가헤르츠) 대역의 우주 전파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만 NASA의 계획대로라면 MHz 대역의 전파를 활용한 우주 연구가 가능하다. 어떤 과학적 발견이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매우 기대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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