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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180석 거대 여당 탄생

국정책임 모두 짊어진 ‘180석의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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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여당 압승, 기회이자 위험

국회 180석 슈퍼여당 된 민주

분단·자본·영남 ‘박정희 체제’ 청산

우리사회 주류가 바뀌는 신호

힘 커진만큼 국정책임도 커져

보수야당과 대화로 협치하고

소수당들과 개혁입법 연대를


한겨레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맨 왼쪽)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 최배근(앞줄 맨 오른쪽)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 등이 17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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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163석과 더불어시민당 17석을 합치면 딱 180석이다. 180석은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는 바로 그 숫자다. 민주당은 어떻게 180석 슈퍼 여당이 된 것일까?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16일 아침 “전략기획 파트의 예측은 이랬다”며 ‘광역별 판세(사전투표 보정값)’라는 제목의 표 하나를 공개했다. 253개 지역구 판세였다. 우세 68, 경합우세 67, 경합 28이었다. 세 수를 모두 합치면 163이다. 시도별로는 실제 당선자 수와 차이가 나지만 어쨌든 163이라는 숫자는 일치한다. 쉽게 말하면 경합 지역구 28곳을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이긴 것이다.

정치공학적으로는 코로나19 역풍과 미래통합당 공천 실패, 후보들의 막말로 막판에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났을 뿐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때때로 필연은 우연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선거 결과는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정치적 해석이 역사로 남는다.

21대 총선 결과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른바 ‘주류’(메인스트림)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지금까지 주류는 분단 기득권 세력, 자본 기득권 세력, 그리고 영남 패권 기득권 세력이 결합한 카르텔이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현신이었다. 황교안 대표는 박정희 체제의 마지막 계승자였다. 그런 의미에서 21대 총선 결과를 박정희 체제 청산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기득권 카르텔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서서히 해체의 길을 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정점이었다. 기득권 세력은 2020년 총선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했지만, 제풀에 무너져내렸다. 복원력을 잃은 것이다.

몰락한 기득권 세력을 대체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정치적 기반이나 물적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

국회에서의 압도적 다수 의석이 정권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53석을 차지했다.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친박무소속연대 10석 정도는 우호 세력이었다. 그런데도 총선 직후 터진 광우병 사태와 촛불집회로 정권이 통째로 주저앉을 뻔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180석 더불어민주당의 앞길에는 기회 요소와 위험 요소가 함께 도사리고 있다. 국회에서 예산안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확보했지만, 국정에 대한 책임을 100% 져야 한다. 야당 탓이 불가능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아침 비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제 21대 국회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회, 일하는 국회, 국회다운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로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긴다.”

“지금 민주당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국정을 맡은 무거운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각별하게 조심을 해야 한다. 더욱 열심히 지역 현안을 공부하고 서민 생활을 챙겨야 한다.”

“선거는 선거고, 민생은 민생이다.”

180석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 보수 야당과 대화 창구를 열어 국정을 함께 끌어가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1월5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함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열어 12개항 합의문을 발표했다. 야당 지도부 교체로 협의체는 중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고두고 무척 아쉬워했다.

둘째, 21대 국회 원구성 직후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무소속 등과 연대해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길이다.

지난해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4+1’ 체제와 비슷한 개혁입법 연대를 재추진하는 방안이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보수 야당이 협력을 거부하고 전면 투쟁에 나설 경우 이 길을 선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앞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초래된 경제·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저지하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놓여 있다. 어떤 길로 가든 이 과제를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180석을 몰아준 이유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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