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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온라인 개학 첫날, 일선 학교는 '적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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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온라인 개학 첫날, 일선 학교는 '적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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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서 최승현 교사가 반 학생 2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16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서 최승현 교사가 반 학생 2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4학년 1반 학생은 총 28명이다. 10초 안에 맞춰야 돼요!”

최승현 교사가 책상 앞에 앉아 웹캠을 보며 말했다. 선생님 모니터 속 학생들 몸짓이 분주해졌다. 쏜살같이 10초가 지나고 선생님이 정답을 공개했다. 정답은 O(28명이 맞다). 스피커에서 환호성과 탄식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16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4학년 1반 풍경이다.

이날 전국 중·고등 1~2학년, 초등 4~6학년 총 312만명이 온라인 개학을 했다. 중·고등학교는 지난주 3학년이 개학을 맞았지만 초등학교 개학은 이날이 처음이다. 온라인 개학인 만큼 최 교사 책상 맞은편 5열 6행 총 30개 자리엔 학생이 한 명도 앉아있지 않았다. 화랑초등학교의 이날 4~6학년 전체 수업은 줌(Zoom)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됐다.

이날 화랑초등학교 수업은 대개 별 무리 없이 이뤄졌다.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앞둔 지난달 25일 미리 영상녹화 방법과 줌 사용법 등 연수를 교사들에게 제공했다. 정규 개학 전인 지난주 시범 개학해 학생들의 온라인 사용 적응도 도왔다. 국어, 영어, 수학은 물론 미술, 체육 등 예체능 수업과 방과후 영어 교육도 화면을 통해 이뤄졌다.

최 교사가 맡은 수업은 1교시 ‘나에 대해 소개하기, 친구 알아보기’였다. 최 교사는 퀴즈 문제 프로그램인 카훗(kahoot)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문제를 냈다. 줌을 통해 정답을 공유하고 학생들과 소통했다. “지한이와 지원이(4학년 1반 학생)는 선생님과 축구를 해봤다” 문제가 나오면 학생들이 “선생님, 지한이랑 지원이한테만 유리한 거 아녜요?”라고 질문하는 식이었다.

16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교실에서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 가운데 긴급돌봄 대상인 일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조문희 기자

16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교실에서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 가운데 긴급돌봄 대상인 일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조문희 기자


온라인 개학이지만 일부 학교에 나온 학생들도 있었다. 오는 20일 개학 예정인 1~3학년 학생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학교에 ‘긴급돌봄’을 요청한 가정의 자녀들이다. 10여명 학생이 한 반에 모여앉아 저마다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수업을 들었다. 같은 반에 모였지만 학년, 반이 달라 수강하는 수업은 각기 달랐다. 학생들의 컴퓨터 및 줌 사용은 반에 배치된 상담교사, 돌봄교사가 도왔다.


중간중간 수업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4학년 1반 학생 수호는 화면 안에서 손을 들고 “선생님, 화면이 계속 끊겨요”라고 외쳤다. “인터넷이 잘 안돼요”, “퀴즈 풀어도 점수를 안줘요”라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접속 불량 등 문제를 겪은 학생 수는 반 학생 중 7~8명이었다. 최 교사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다음엔 최대한 안 끊기는 방향을 찾아볼게요”라며 학생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이 학교는 예외적인 사례였다. 전국의 대부분 초등학생들은 사전녹화된 온라인 강의 영상이나 미리 업로드된 과제를 푸는 방식으로 온라인 개학 첫날을 맞았다.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의 한 5학년 학생은 “선생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온라인 수업에 접속했는데, 이미 만들어진 학습 자료만 올라와 있어서 좀 실망스러웠다”며 “온라인 개학 전부터 해왔던 EBS 녹화 방송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랑초등학교 우명원 교장은 “처음엔 사전녹화 방식의 온라인 수업 제공을 생각했는데, 학부모들은 아이를 엄청 잘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아이들이 얼굴보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원하더라”며 “그래서 EBS 플랫폼 콘텐츠 중 괜찮은 것을 가져다 줌을 활용해 수업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 교장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온라인 수업인 만큼, 어느 정도의 끊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향후 등교 개학 등 상황 변화를 고려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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