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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연합시론] 여대야소로 나타난 총선 민의…대화와 타협의 민생의회 이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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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ㆍ15 총선 투표가 끝났다. 역대 최고치 사전투표율의 여세가 이어져 총투표율은 66.2%(잠정치)를 찍었다. 28년 만에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세계가 지켜본 코로나19 대유행 속 한국 총선은 유권자들의 놀라운 참여 열기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과시했다. 높은 투표율은 코로나 위기의식과 진보ㆍ보수 지지층의 대결집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민심은 어김없이 준엄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예측보도대로라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단독 과반을 점할 가능성이 있고 이들 당을 위시한 범진보 세력이 여유 있는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제2당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 당을 포함한 범보수는 과반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전 막바지 공표된 여론조사의 표층 민심과 실제 표로 확인된 심층 민의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둘의 동조화가 생긴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코로나를 국난으로 규정하고 국정 동력을 달라고 한 여당의 호소가 여권 독주를 견제할 힘을 달라고 한 야당의 외침보다 표심을 더 많이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통합당 일부 후보들의 막판 막말 파문과 지도부가 보인 우유부단한 리더십 역시 변하지 않은 구보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진보 표를 자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직 대통령 파면을 주도한 20대 '탄핵 국회'의 재정렬은 진보 약진과 보수 퇴조로 요약할 수 있겠다. 참패 책임에 통합당과 여타 야권의 대혼돈과 후폭풍이 예상된다. 차기 대선 지형 변화와 잠재 후보군의 명암도 뚜렷할 전망이다. 하지만 선거 민의를 두고 정부ㆍ여당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를 따지며 축배를 들거나 낙담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시국이 엄중하다는 점을 각 정당과 당선인들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가 가져온 경제난과 민생 악화, 일상의 위축이 숱한 정책적, 입법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여권의 어깨가 무거워야 마땅하다. 이들에게 다수 의석을 안겨준 민심의 요청은 겸손하고 유능한 의회 지배력을 행사해 달라는 것일 터이다. 독선과 오만은 금물이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우를 되풀이한다면 재앙이다. 2004년 총선에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단독 과반을 얻어 승리에 취했고 무리한 입법 시도와 당내 계파 싸움으로 망가졌다. 민주당 승리는 꼼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득세에 힘입은 성취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통합당에 맞서 같은 꼼수 비례정당을 차림으로써 스스로 주도한 선거법 개혁 취지가 퇴색됐음은 만천하가 다 안다. 정의당 등 원칙을 지킨 소수당이 개정 선거법이 기약한 원내 진출 확대의 꿈을 온전히 이루지 못한 것은 정당정치 퇴행이자 의회민주주의 답보다. 좀 더 민심 그대로, 좀 더 국민을 닮은 선거제도 실행은 다시 좌절되었고, 더 오래가는 변화와 개혁을 위한 근간인 정치개혁은 또 천연되었다. 통합당을 위시한 보수는 통절한 반성과 절절한 혁신을 요구받게 생겼다. 낡은 보수, 무능 야당 심판으로 해석해도 부족함이 없는 선거 결과 때문이다. 코로나 요인이 야당에 불리한 선거 환경을 제공했음을 참작하더라도 뼈아픈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초유의 네 번째 연속 패배다. 반공ㆍ반북 강경 일변도, 냉전 수구적 사고와 결별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대대적인 변신을 통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으며 발목만 잡는 안락한 부자 야당 이미지를 벗는 것도 큰 과제로 남았다.

제21대 국회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다. 안 그래도 절박한 공교육 질 향상,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확충, 분배와 재분배를 통한 격차 완화, 집값 안정 과제가 코로나 쇼크로 더 중요해졌다. 코로나 위기에 힘겨워하는 영세 상인과 소규모 자영업자 지원, 그리고 기업 활력 회복과 산업 붕괴 방지를 통한 일자리 지키기도 긴요하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증진의 엔진을 다시 가동한다면 뒷받침해야 할 국회 사무가 뒤따를 수 있다. 야당의 반대가 드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이행 등 검찰 개혁 역시 난제 중 난제다. 미완의 선거제 개혁과, 말만 많고 실천은 없는 개헌에 이르기까지 의회의 손발이 닿아야 할 의제가 너무 많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묻어만 두고 있는 연금 개혁과 저출산 고령화ㆍ인구 감소 대책 같은 국가적 장기 과제는 또 어떤가. 갈 길이 그리 먼데, 게다가 가시밭길이니 더 문제다. 2년 뒤 차기 대선을 향한 여야의 첨예한 대결 우려에서다. 그래서 다시 강조돼야 할 것은 의회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이다. 민주당은 다수의 힘을 앞세우기보다 자당 역시 '최다 소수'에 불과하다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 범진보의 연합 정치나, 다른 보수 야당까지 함께하는 협력 정치 추구에 힘써야 한다. 통합당은 건설적 반대자가 되어, 예컨대 코로나 이슈 같은 전국민적 어젠다에 대해선 초당적 협력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거대 양당은 자기들이 과대대표된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과소대표되고 있는 소수당들의 문제 제기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의회 권력은 민심이 실제 분할한 데 정비례하여 분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서로 관용하고, 있는 제도라고 해서 마구 사용하여 경쟁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제도 남용을 자제하고, 끊이지 않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까지 경계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품위 있는 상생의 의회정치, 시민 삶을 개선하는 민생의회를 보고 싶다. 오직 위기만이 진짜 변화를 만든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정치를 이끌 21대 국회의원들이 그 주역이 된다면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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