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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수정할수록 수렁에… 보편지급하고 고소득층 지원금 선별환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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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수정할수록 수렁에… 보편지급하고 고소득층 지원금 선별환수해야"

조선비즈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서울시 시민참여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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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제1 야당이 모처럼 뜻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소득 하위 70% 가구에 지급 예정이던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을 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4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반대파는 "부자에게까지 돈을 주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우려를 표하지만, 고소득층의 지원금을 추후 환수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보편지급, 선별환수’ 방식으로 사실상 선별복지와 다를 바 없다. 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면 신속한 행정 처리가 가능하고, 내년에 환수하면 지난해가 아닌 올해 소득을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안을 처음 구체화한 재정 전문가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3월 17일 ‘재정 부담을 최소화한 재난기본소득 방안(보편지급·선별환수)’ 보고서에서, 연말정산 기본공제를 재정비해서 고소득층의 기존 세금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일수록 ‘나랏돈 문제’는 정치적 수사보다 전문가의 계산법에 귀 기울여야 한다. 4월 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이 위원을 만났다. 그는 정부가 4월 3일 발표한 시행안에 대해 "필연적으로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방안"이라면서 "정부가 구체적 지급 기준을 보완할수록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긴급재난지원금은 현 상황에서 필요한 정책인가.

"현금성 자산 지원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정책이 입체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기존 금융·재정·융자 정책뿐만 아니라 소득 지원 정책까지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가 명확해야 설계도 원활하게 이뤄질 텐데. 어떤 계층이 긴급재난지원금의 타깃이 돼야 하는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본 사람을 효율적으로 선별해서 지원해야 한다. 현금성 자산을 보편적으로 지급했을 때 재정 승수 효과는 0.2~0.3 수준이다. 정부가 10조원의 자금을 모든 가계에 나누어줄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2조~3조원 증가에 그친다는 의미다.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므로 복지 효과를 좀 더 고려해봐야 한다. 고소득층에게도 현금을 주는 방침이 필요할까? 의문이 든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로 타격받은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부는 4월 3일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가구당 40~1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발표했다. 2020년 3월 기준 본인부담 건강보험료가 기준으로, 고액자산가는 대상자 선정에서 적용 제외를 검토한다. 현재는 종합부동산세가 컷오프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었으나 건강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가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여건에 따라 신청 당시 소득상황을 고려하고 지원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조선비즈

4월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종인(오른쪽부터) 행정안전부 차관,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양성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실장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에 대해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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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시행안은 대상자를 명확히 걸러낼 수 있나.

"정부 안이 점점 수렁에 빠지는 것 같다. 기존 안은 제도를 세밀하게 짜면 짤수록 바깥쪽에 배제되는 사람이 생긴다. 건강보험료 지급 기준은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한다.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는 소득만 반영되는데, 지역 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이 모두 반영된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내놓은 카드가 종부세다. 직장 가입자도 재산(종부세)으로 자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부세는 주택·토지 소유자에게만 적용되고, 상가·빌딩 소유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 부동산 이외 금융 자산은 고려하지 못한다는 허점도 있다."

사실 코로나19로 현금 흐름에 타격받은 사람에게 지원이 필요한데, 자산을 고려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자산을 반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존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위기는 결이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이 가난한 집이든 부유한 집이든 가리지 않았듯 현재도 누가 피해를 보는지 예측할 수 없다. 아무리 20억원 주택에 거주하는 자산가라도 두 달 동안 수입이 끊긴다면? 주택을 시장에 바로 내다 팔 순 없지 않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부가 자산 기준을 고민하는 이유는 건보료 형평성 때문이다. 자산 기준을 꺼내든 순간, 정부는 수렁에 빠진 것이다."

기준 시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 3월 건보료가 기준인데.

"1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소득자는 전월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신고하는 반면, 100인 이하는 보통 지난해 소득 자료가 최신이다. 100인 이상 기업의 근로소득자는 상대적으로 월급 걱정이 적은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가장 큰 걱정은 자영업자다. 코로나19 최대 피해자인 자영업자는 재작년 소득 자료가 최신이다. 재작년에 소득이 높은 자영업자라고 올해 위기를 잘 버틸 수 있다는 원칙은 없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가구의 경우 신청 당시 소득을 지자체 차원에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을 지자체 말단 공무원에게 넘긴 꼴이다. 공무원 사이에선 ‘나는 왜 못 받느냐’는 민원이 코로나19 재난급일 것이라는 농담 섞인 우려도 나온다. 선별 지급으로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정치인이라면 이것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야 모두 보편지급을 내세우는 이유다."

보편지급, 선별환수 안의 실현 가능성은.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는 여야 동의가 필요한데, 양측이 보편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 대표가 선별환수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보편지급 안이 대세가 되면 재정 여건상 선별환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위원이 고안한 선별환수 안은 내년 연말정산 기본공제를 재정비하는 방식이다. 기본공제란 150만원의 소득을 일괄 공제해주는 혜택으로, 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층일수록 세제 혜택이 많다. 예컨대 과세표준 5억원 이상 한계세율 42% 고소득자의 경우 기본공제로 63만원(150만원×0.42)의 세제 혜택을 보고 있다. 기본공제액을 축소하면 고소득층의 경우 사실상 지원금을 환급하는 효과가 있다. 소득과 한계세율이 낮을수록 환급액은 줄어든다.

대안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고소득층 세제 혜택 축소로 차등 환수하는 정책이다. 내년 연말정산에서 지원금을 환수하기 때문에 2020년 소득을 기준 삼을 수 있다. 3월 소득뿐만 아니라 4~5월 소득까지 모두 고려할 수 있다."

소요 예산은.

"1인당 40만원씩 지급하고, 기본공제액을 23만원으로 축소하는 안을 기준으로 삼으면, 올해 소요되는 예산은 21조원, 내년 환급되는 금액은 7조원으로 총 14조원이 소요된다. 여건에 따라 지급액과 기본공제액을 정치권과 학계에서 논의해볼 수 있다."

고소득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기본공제는 똑같은 금액을 공제해준다는 사회적 합의 체계인데, 여태 고소득자가 더 많은 공제 혜택을 누렸다. 과거의 역진적인 특혜를 없애는 계기라고 본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나.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치적인 문제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행정적인 문제는 없다."

사실상 보편지급, 선별환수가 기본소득 모델과 같은 것 아닌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본소득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을까.

"내가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기본소득 논의가 나오기 시작하면, 구체적인 정책 논증 과정이 정무적 어젠다 싸움으로 변질한다. 지금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실현 가능성에 집중하고 싶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 하면 좋겠다."

정부 추경안에 대한 생각은.

"2차 추경에서 선별지급 안에 대한 예산만 받아 놓으면, 나중에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3차 추경을 진행해야 하는 수고를 겪을 수도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으면 한다. 새로운 상황에서는 정책 상상력이 필요하고, 과거의 선례와 매뉴얼만 따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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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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