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무총리 간담회에선 없던 中입국제한 방안
'실효성 없다' 보도에도 대응 않다가 다음날 추가
법무부 "준비한 정책인데 외교부가 잘못 설명"
부처간 소통 부족에 '총선 의식했나' 의심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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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입국 관련 정책은 당연히 일본, 중국에도 적용합니다.”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총선 사전투표를 이틀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문득 첫 기자간담회를 연 정세균 국무총리는 “일본과 중국에도 상호주의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하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같은 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부터 “비자 면제, 무비자 입국 중단 등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입국제한을 강화하겠다”고 한 발언에 부연 설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정 총리의 이 같은 답변은 즉각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은 이미 지난달 상호주의 원칙으로 비자면제를 중단한 나라였고 중국은 애초부터 국가 대 국가로 비자 면제나 무비자 입국 대상이 아닌 나라였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같은 날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중국은 무비자 대상국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검토 범위 밖”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언론은 당시 정부 발표에 대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과 최대 확진자 보유국인 미국은 빠진 실효성 없는 조치’라는 평가를 주요 뉴스에 실어 앞다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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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에 추가된 ‘석달 만의 中관광객 빗장’
갑작스러운 반전은 다음날인 9일 일어났다. 외교부와 법무부는 이달 13일 0시(현지 출발 시간 기준)를 기점으로 비자 면제, 무비자 입국 중단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단기 사증 효력까지 정지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단기 비자는 대부분 관광 목적으로 받는다. 따라서 이 효력을 중단시키겠다는 것은 비자 면제 협정국이 아닌 나라까지 관광객 입국을 막겠다는 의지와 같았다.
해당 국가는 여러 곳이었지만 이는 누가 봐도 중국인을 겨냥한 조치였다. 한국과 비자 면제, 무비자 입국 관계가 아닌 나라 가운데 국내 입국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중국뿐이다. 실효적인 중국인 입국제한 조치가 나온 건 올 1월11일 중국 우한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지 사실상 석 달 만의 일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 총리와 외교부 입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조치가 단 하루 만에 추가되면서 일각에서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또 중국인은 빠졌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외교부와 법무부, 총리실은 전날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은 빠졌다’는 언론 보도에 아무런 반론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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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의식했다’ 의심까지 번진 총리실-외교부-법무부 소통 부족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당초 중국인 입국제한을 검토하지 않다가 다급히 추가했다’는 지적이 일자 법무부는 지난 10일 서울경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효력 정지는 원래부터 준비했던 정책”이라는 게 요지였다. 특히 비자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법무부가 실무를 준비하는 사이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외교부 측에서 “중국은 무비자 대상국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검토 범위 밖”이라는 잘못된 설명을 했다는 해명이 있었다.
실제로 중대본이 8일 배포한 회의 결과 자료에 따르면 ‘비자·입국 규제 강화 방안’ 항목은 사실상 공란으로 돼 있었다. ‘해당 내용은 법무부에서 추후 별도 설명할 예정’라는 짤막한 문구만 있었을 뿐이다. 외교부가 공동 발표한다는 것은 다음날 자료에서 처음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왜 단기 비자 관련 정책이 있다는 사실을 바로 해명하지 않았느냐”는 본지 취재진 질문에 “최종 발표 때까지 함구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왜 처음부터 중국인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총리실에서는 비자 면제, 무비자 입국 중단 조치를 가장 중요하게 본 것 같다”고만 밝혔다.
법무부와 외교부 입장 가운데 무엇이 옳은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국무총리실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것은 두 주무부처와 총리실 사이에 충분한 소통 없이 입국제한 조치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현재 해외 입국과 관련한 국민들의 최대 관심 국가는 단연 중국과 미국, 일본 등이다. 이들은 현 시점에서 비자 면제, 무비자 입국 중단 조치 등과는 큰 관련이 없는 나라들이다.
결과적으로 정 총리부터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언론 대응을 해 혼선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수많은 언론이 중국인 단기 비자 부분을 뺀 채 보도하는 동안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외교부와 법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한미 방위비 협정 ‘잠정타결’ 불발 논란에 이어 또 다시 외교 관련 정부 소통 능력에 불신을 부르는 해프닝이 발생했다는 평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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