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촌구석’·부산 ‘초라한 곳’·포항 ‘썩은 땅’
세월호에 “텐트 성행위”·광주는 “제사 매달려”
민주당 “망언 통합당”·통합당 “이해찬이 원조”
수도권·중도층 표심 ‘흔들’, 고개 숙인 지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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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나흘 앞두고 정치권 최고의 화두가 막말이 됐다. 지난 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할 때는 정권심판, 야당심판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피해로 인한 재난기본급 지급을 두고 다투다가 연이어 ‘막말’이 터지며 선거판이 비방전으로 흘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수도권과 여론조사마다 약 15%가량 나오는 중도층 표심에 달렸는데 선거 막판에도 막말이 또 터져 나올까 봐 각 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에서 처음 실언으로 홍역을 치른 말은 ‘인천 촌구석’이다. 인천 연수구갑에 출마한 정승연 후보가 지난 31일 격려차 방문한 유승민 의원에게 “존경하는 유승민 대표께서 인천 촌구석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베테랑인 유 의원이 “인천이 어떻게 촌이냐”고 답했지만 이미 말은 주워담을 수 없었다.
국내 3대 도시로 꼽히는 인천은 이미 ‘막말’에 상처 받은 곳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유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던 정태옥 의원이 “서울 목동쯤 잘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이부망천)”는 취지의 발언을 해 큰 논란을 샀고 인천시장과 남동구갑 보궐선거를 민주당에 내줬다.
6일부터 폭발한 ‘막말 릴레이’가 총선에서 다른 이슈를 지웠다. 이번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부산시 연제구에서 민주당 부산시당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는 “처가가 부산”이라고 운을 뗀 뒤 “부산에 올 때마다 많이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체증이 많으까, 도시가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곧 ‘초라한 부산’ 논란이 커졌고 통합당은 “이 대표가 장애인, 해외 이주 여성, 경력단절 여성에 이어 지역 비하를 했다”고 논평을 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에게 한 부산 시민은 “세종 사시는 분이 부산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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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이 전국을 휘감은 것은 사실 이 다음이다. 6일 서울 관악구갑에 출마한 통합당 김대호 후보가 서울 선대위 회의에서 “60~70대에 끼어있는 50대들의 문제의식에는 논리가 있다. 그런데 30대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다”는 발언이 나오며 ‘3040세대 폄훼’ 논란이 커졌다. 김 후보는 사과했고 통합당은 ‘엄중 경고’하며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김 후보는 이튿날인 7일에는 관악갑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장애인들은 다양하다. 1급, 2급, 3급···.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며 노인층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60대 이상은 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막말은 연쇄 폭탄처럼 터졌다. 이번에는 ‘세월호 막말’이다. 부천시병에 출마한 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차 후보는 8일 녹화방송된 OBS 초청 토론회에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세요? ○○○ 사건”이라며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인터넷 언론)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인식을 넘어서는 성행위의 단어를 표현한 것이다.
당은 결국 윤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를 열어 9일 김 후보를 제명했다. 선거법상 제명당한 후보는 ‘등록 무효’가 된다. 차 후보는 ‘탈당 권유’ 조치를 받았다.
통합당은 결국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당(公黨)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며 “전국의 후보자와 당 관계자들에게 각별히 언행을 조심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라고 약속드릴 수 있다. 또 한 번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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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통합당 주동식 후보가 “좌파는 집권에 성공했지만 광주는 80년대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생산 대신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 과거 비극의 기념비가 젊은이들의 취업과 출산을 가로막는 도시로 추락했다”고 말하며 또 논란이 일었다. 지역에 더해 5·18 민주화 운동을 깔아 내렸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난 7일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소설 ‘돈키호테’를 인용해 “황교안은 ‘애마’, 박형준은 ‘시종’”이라는 말을 했고 9일 이해찬 대표는 “통합당은 토착왜구, 팔뚝에 문신한 조폭”이라는 말로 비판하며 막말의 불씨가 꺼지기는커녕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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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이 쏟아지자 분위기가 되레 ‘이판사판(理判事判 )’으로 가고 있다. 통합당은 세종시갑에 출마한 민주당 홍성국 후보를 소환했다. 통합당 세종시당은 “민주당 세종시당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여성 비하·막말로 전국적인 물의를 일으킨 홍성국 후보지지 선언에 여성당원을 동원했다 반발로 포기했다”며 “여성당원을 들러리로 세운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 후보는 지난해 5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주재한 중기 벤처부 북 콘서트 강연에서 “(미리 도착해) 대전 둔산동의 화류계를 둘러봤는데 별 것 없더라”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통합당의 막말 퍼레이드에 대해 “이쯤되면 ‘망언통합당’”이라며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막말 싸움에 상대 후보와 5%포인트 이내로 초접전 중인 지역의 후보들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 중도층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막말이 쏟아지던 지난 6일 한 수도권 지역 출마 캠프 관계자는 “진짜 미쳐 버린 거 아니냐”라며 “저의 후보가 막말에 대해 한 마디 하려고 캠프에서 논의했지만 그러면 또 막말을 들을까봐 안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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