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기준 하향 조정 논쟁 해다마 되풀이
촉법소년 강간·추행 등 강력범죄 3년전보다 30% 증가
일부 "범죄 예방 효과 없다" 하향 반대
‘요즘 애들은 애들이 아니다.’
아이답지 못한 요즘 10대에 대해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이 말, 갈수록 흉악해지는 소년범죄와 관련해서는 이제 반박이 어려운 진실이 됐습니다. 이번 주 채팅 메신저 ‘디스코드’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하다 검거된 이들 대다수가 미성년자였던 것. 역시 더 이상 우연으로만 보기는 힘든 시대가 된 것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한 명은 겨우 12세에 불과했습니다.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없는 연소자, 이른바 ‘촉법소년’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줬습니다.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제도 개선 연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사진=뉴시스) |
◇14세...처벌할 수 없는 나이
대한민국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형사책임연령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4세가 되지 않았다면 형사사건이 규정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여기 더해 범죄를 저지른 소년(만 19세 미만)의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법상의 특별법인 소년법에서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으로 규정해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UN연구에 따르면 형사책임연령을 14세로 규정한 나라에는 한국 외에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상당수 선진국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각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이보다 더 낮은 연령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엄벌주의로 잘 알려진 미국의 경우 관습상 7세 미만을 형사책임 최소연령으로 보고 주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수년간 10대들의 잇따른 강력범죄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10대들의 잔인한 폭력, 학대 범죄 등이 빈발하면서 형사책임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 단시간에 답변 기준선인 참여인원 2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2017년 나온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1호도 소년법 개정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초등생이 성 착취물 팔아도 처벌 無
올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과 유사 사건이 연이어 알려지면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여론도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 상당수가 10대였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대학생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학생 렌터카 절도 운행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서에 출석해 찍은 셀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던 가해 10대들에게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정서를 조금도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이제 10대가 범죄의 해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미성년’이라는 주장은 기만인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들은 범죄 앞에 더욱 당당한 모습이었던 까닭입니다.
3월 발생한 렌터카 절도 운행사건 가해자들이 경찰서에서 찍어 SNS에 올린 사진. |
◇갈수록 낮아지는 강력범죄 연령
촉법소년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도 법 개정 필요성에 힘을 싣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7364명으로 2015년 6551명보다 12.4%나 늘었습니다. 특히 강간, 추행 등 성범죄 증가는 31.8%로 전체 증가분의 2배를 훌쩍 넘습니다.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법무부는 2018년 소년비행 예방 계획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같은 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인권 문제에 민감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촉법소년 하향에 반대합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조정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들은 엄벌주의를 채택하면서도 강력범죄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는 미국을 그 실례로 듭니다. 국가인권위 역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처벌받지 않는 나이’를 정하는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는 사안입니다.
다만 교정과 교화라는 형법의 기본 목적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정당한 처벌의 본보기가 10대에게도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 달도 안돼 90만명이 참여한 렌터카 사건 엄벌 청원에 대한 정부의 답이 더욱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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