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튜브·당 게시판서 '제명 반대' 들끓어…윤리위, 투톱 사과에 반하는 결정
김종인·황교안 11일 조찬논의…국면 타개 카드 나올까
당적을 박탈하는 '제명이' 아니어서 차 후보에게 총선 완주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로 통하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결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윤리위가 차 후보에 대해 제명이라는 철퇴를 내리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의 '짐승' 발언에 대한 방어와 해명 차원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전파를 탄 TV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차 후보의 지난해 4월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을 겨냥, 한 역사학자의 평가를 인용해 "사람들이 진보·보수로 나뉘는 줄 알았는데, 세월호 참사를 겪고 보니 사람과 짐승으로 나뉘더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차 후보는 "세월호 텐트 안에서 자원봉사자와 유가족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하며 '○○○사건'이라고 맞받아쳐 논란이 일었다.
차 후보의 발언을 보고받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는 즉시 '제명' 조치를 지시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수습에 주력했다.
차명진 '2번 지지 부탁합니다' |
하지만 당 자유게시판과 보수 유튜브 채널 등을 중심으로 차 후보 제명에 반대하는 의견이 들끓었다. 차 후보가 '세월호'와 '박근혜'라는 키워드를 건드리면서 핵심 지지층의 여론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대위 투톱인 김 위원장과 황 대표의 대국민사과와 제명 지시에도 불구하고 당 윤리위가 전날 하루를 건너뛰고 이날 오전에야 열린 것도 강성 지지층의 눈치 보기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가 닷새밖에 남지 않았고 여론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급박한 순간에 당 윤리위가 개의를 미적대다가 선대위 지도부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윤리위가 공식적으로 '차명진 감싸기'에 나서면서 선대위 지도부의 리더십 손상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톱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가 대국민사과까지 했지만 정작 실무절차라 할 윤리위가 투톱의 결정에 역행하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경우 윤리위 결정 직후 주변에 상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도 당 윤리위의 결정에 대해 "한심하다"고 표현했다.
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선거 지휘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선거국면에서 후보들의 면면은 물론 전반적인 당의 역량과 시스템이 손댈 수 없을 만큼 뒤떨어졌다는 자조도 당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다만 오는 11일 김 위원장과 황 대표가 조찬을 함께 하기로 한 만큼, 이 자리에서 차명진 막말건과 후폭풍에 대한 수습 전략이 논의될 전망이다.
지원 유세 나선 김종인 |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도권 후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차 후보를 비호한 격인 당 윤리위와 공천의 최종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대놓고 반기를 들자니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 내홍을 빚는 것으로 비쳐지는데다, 지역구 내 보수 강성지지층의 지지마저 떨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차명진 막말건을 계기로 당 내부 판세조사에서도 수도권의 지지율 하향세가 뚜렷하자 '이러다 수도권은 전멸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팽배하다.
한 수도권 출마 후보는 통화에서 "극렬 보수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이 세월호에서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에 세월호와 관련해선 어떤 말을 해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한 표가 아쉬운데 아스팔트 우파의 숫자가 적다고 외면할 수도 없고, 그러는 새 중도층이 떨어져 나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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