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최근 몇 주 새 유럽 4개 주요 정유사 지분을 총 10억달러(약 1조2132억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유가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사우디는 러시아와 한 달째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국제 유가를 더욱 끌어내린 장본인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PIF가 유가가 떨어진 틈을 타 정유 업체와 크루즈 업체 주식을 사들인 것은 사우디가 유가 상승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PIF가 지분을 사들인 4개 정유사는 노르웨이 에퀴노르, 네덜란드 로열더치셸, 프랑스 토탈, 이탈리아 에니다. 대표적으로 PIF는 지난주 에퀴노르 주식을 2억달러어치 매수해 에퀴노르의 12번째 대주주가 됐다. 또 JP모건체이스를 통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에 걸쳐 토탈 주식을 1450만달러어치 사들이면서 유럽 주요 정유 업체 주식을 끌어모았다.
PIF가 유럽 주요 정유사 주식을 사들인 시기는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 업체 주가가 덩달아 폭락한 때다. 에퀴노르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23% 떨어졌다. 로열더치셸은 35%, 토탈은 31%, 에니는 33% 급락했다. 원유 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도 같은 시기에 52%로 반 토막 났다고 WSJ는 전했다.
유가 폭락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앞다퉈 증산 카드를 꺼내들면서 공급과잉을 만든 결과다. 미국까지 나서서 양국을 중재하고 감산할 것을 요구하는 사이에 PIF는 원유 관련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PIF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가가 급락한 글로벌 1위 크루즈선 업체 '카니발' 주식도 매수했다. 카니발은 올해 주가가 75%나 추락하는 등 파산 위기에 내몰릴 정도로 매출이 쪼그라들었지만 PIF는 오히려 카니발 전체 지분 중 8.2%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수했다고 WSJ가 전했다.
PIF는 '사우디 실세'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사진)가 이끌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빈 살만 왕세자 최측근인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아람코(사우디 국영석유사) 회장이 PIF 총재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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