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제주 4·3 추념식 참석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직무” / “내가 요청” 여당 후보 발언으로 관권선거 논란 재점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은 관권선거와 무관하다”는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있은 당일 4·15총선 제주 제주시갑 지역구에 출마한 여당 후보 입에서 “내가 문 대통령에게 제주도 방문을 요청했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들을 중심으로 다시 관권선거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후보(제주시갑)는 지난 7일 오후 제주시의 한 시장 앞 거리 유세에서 “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 대통령님을 모시고 제가 3년간 봉사하지 않았나. 저를 위해 해줄 게 하나 있다. 4월3일 제주도에 와서 유족 배·보상을 위한 4·3특별법 개정, 반드시 제주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약속하시라. 여러분 (대통령이 실제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제주대 교수 출신인 송 후보는 문재인정부 들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가 ‘대통령님을 모시고 제가 3년간 봉사…’ 운운한 대목은 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인연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미래통합당 등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송 후보 말대로 문 대통령이 송 후보 요청으로 제주도 4·3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이 맞는다면 청와대가 관권선거를 한 것이고, 만약 송 후보 말이 거짓이라면 문 대통령을 빙자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유세하는 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 송재호 후보. 연합뉴스 |
논란이 확산하자 송 후보 선거사무소는 이날 해명자료에서 “지난 7일 유세 현장에서 대통령과 저의 일치된 노력의 과정을 설명하려 했다. 4·3 해결을 향한 대통령의 약속에는 제 노력도 담겨 있음을 전하려 했는데, 유세 도중 언급한 말들이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다”며 “제 표현이 오해를 부른 점에 대해서는 도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문제는 송 후보가 거리 유세에서 문 대통령을 언급한 7일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야당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관권선거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점이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제주 (4·3) 기념식 방문은 대통령으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청와대는 이미 선거와의 거리두기를 선언했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한 야당과 일부 언론을 향해 “오로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 전념하는 청와대로서는 관권선거는 한 일도 없고, 할 일도 없고,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문 대통령의 4·3 행사 참석에 앞서 송 후보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선거와 거리두기’ 약속이 결국 허언이었음이 드러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송 후보 의사와 무관하게 제주도를 방문한 것이라면 송 후보가 대통령까지 내세운 악성 거짓말을 한 셈이니 어느 쪽으로 판명이 나든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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