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브리 탄광 공동개발 개가
정제봉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지사장. |
지하 170m(길이 1.8㎞) 깊이 ‘막장’에선 선적을 앞둔 유연탄 채굴이 한창이었다. 밖은 환했지만 높이·너비 4~5m 규모 탄광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트럭에서 내리자 석탄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훅 풍겼다. 몇 발짝 옮길 때마다 검은 진흙탕에 발이 쑥 빠졌다. 고개를 들어 ‘드르륵’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다. 안전모 조명에 비친 굴착기가 석탄을 캐고 있었다. 정제봉(44)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지사장은 “광부가 수작업으로 석탄을 캐는 게 아니라 100% 기계로 파내 먼지가 적다”며 “인부·물자, 광물, 환기용 통로 세 곳을 뚫어 채굴하기 때문에 실내 공기가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파낸 검은색 유연탄은 쉼 없이 컨베이어 벨트에 자동으로 실려 인근 야적장으로 운반됐다. 산더미처럼 쌓인 유연탄을 세척한 다음 기차에 싣기 위해서였다. 기차에 실은 유연탄은 이곳에서 380㎞ 떨어진 뉴캐슬항에 도착해 29일 일본으로 수출한다. 김기호(51) 대우인터내셔널 전무는 “1967년 대우 창립 후 직접 개발에 참여한 광물 자원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에서 채굴한 유연탄을 기차에 싣고 있다. 유연탄은 29일(현지시간) 컨테이너선에 실려 일본으로 수출된다. 이 회사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해외 광물 자원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 지사는 2009년 8월 현지 광산업체와 나라브리 유연탄광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었다. 정 지사장은 “‘지금이 아니면 뛰어들 기회가 없다’며 본사를 설득했다”며 “본사에서 ‘이런 때일수록 위축되지 말라’며 1300억원을 투자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주는 쉽지 않았다. 먼저 개발에 참여한 중국·일본·유럽계 회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 게다가 현지 광산업체는 "대우같이 큰 회사는 의사 결정이 늦을 것”이라며 부정적이었다. 정 지사장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찾아간 것만 수십 번”이라며 "철강 수요가 풍부한 한국을 사업 파트너로 삼을 때의 장점을 중심으로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현지 업체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 지사장은 “6개월 만에 자원 개발 계약을 따낸 것은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8월 포스코에 인수됐다. 60년대부터 쌓은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함으로써 포스코의 해외 자원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번 유연탄 수출은 그 첫 성과다. 정 지사장은 "열 번 탐사하면 한두 번 성공할까 말까 한 자원 개발이야말로 상사맨이 도전할 만한 분야”라며 “이곳 개발을 계기로 호주 자원 개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의 ‘세계 경영’ 꿈은 이곳에서 다시 영글고 있었다.
나라브리(호주)=김기환 기자
◆유연탄(有煙炭)=무연탄(탄소 성분 85~95%)에 대응하는 석탄의 일종. 탄소 성분이 60~90% 수준인 이탄·아탄·갈탄·역청탄을 일컫는다. 휘발 성분을 다량 함유해 불꽃을 내며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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