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만화로 보는···' 시리즈 출간
김홍모·윤태호·마영신·유승하 참여
잊어선 안될 역사의 의미 잘 담아내
"과거·현재 연결고리 역할하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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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피의 대가로 얻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명언처럼 한국의 민주주의는 선대가 목숨과 바꿔 오늘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 독재와 맞서 민주주의를 이뤄가는 역사의 현장에는 문학과 예술도 늘 함께 했다. 시인 신동엽은 4·19 혁명을 기려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고, 소설가 현기영은 ‘순이 삼촌’을 통해 제주 4·3의 비극을 세상에 알렸다. 미술과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은 50주년 기념 ‘광장’ 전시에서 최병수 작가의 ‘한열이를 살려내라’ 판화 그림을 내걸었고, 1996년 작 영화 ‘꽃잎’은 스크린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전했다.
이제는 만화 차례다. 올해 4·19혁명 60주년,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아 역사 속 그 날을 기록하기 위해 만화 작가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가 의기투합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출간 된 도서출판 창비의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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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4인 “너무 힘든 작업이었다”
이들 4명의 작가가 만화 시리즈 기획과 작품 창작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이번 작업의 기획자, 남규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민주화운동을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해 만화를 택했고, 훌륭한 작가들이 1년 이상 공을 들여 작가로서의 창작력과 현실 역사의 무게감을 잘 담아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셨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작가들은 “다시는 맡고 싶지 않은 작업”이라고 다 같이 입을 모았다. 그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은’ 작품이라는 의미다.
작품 ‘아무리 얘기해도(5·18 민주화운동)’를 선보인 마영신 작가는 “이미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훌륭한 작품이 많이 나와 있긴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내놓고 싶어 선뜻 수락했다. 하지만 이내 겁도 없이 응했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후회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업하는 내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사일구(4·19혁명)’의 윤태호 작가의 답도 비슷하다. 윤 작가는 “엄중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일은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대중 만화 작가일지라도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 그런 작업을 기꺼이 해야 하는 때가 온다. 일종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과 만화 창작력의 결합
이들이 한결같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다루면서도 만화를 그리는 창작자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했기 때문이다. ‘빗창(제주4·3)’의 김홍모 작가는 제주에서 직접 살면서 영상과 기록물을 모두 확인하고, 생존자의 증언도 직접 들었다. 이로 인해 결국 진실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그는 “제 책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해변, 오름, 폭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주 관광지가 학살 터다. 작업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돼 반드시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내용을 책에 많이 담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72년 전 제주도민 30만 명 중 3만 여명이 학살 당했다. 국가 폭력에 의해 마을마다 적게는 40명, 많게는 400명이 죽었는데 여전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해방 정국에 제주도민은 어떤 세상 꿈꿨길래, 그렇게 잔인한 탄압과 학살을 당했는지 중점적으로 독자에게 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상황과 연계시킬 수 있기를”
‘1987 그날’에서 6·10 민주항쟁을 이야기한 유승하 작가는 담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 오히려 ‘뺄셈’을 하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 작가는 “그 당시에는 워낙 큰 사건들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잊혀졌다”며 “조각조각 엮어가는 기분으로 작업했다. 1987년에 전방위 폭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박종철·이한열·박혜진 열사 사건과 함께 도시 빈민에 대한 폭력적 철거 사건 등도 다뤘다. 유 작가는 “산만한 감도 있지만 6·10 항쟁은 각계 각층이 참여했다. 모두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를 썼다”고 설명했다.
힘든 여정을 끝낸 작가들은 이번 작품이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 작가는 “우리는 이번 작품에서 모순 가득했던 상황을 다뤘다”며 “현재와 데칼코마니 되는 지점이 너무 많다. 옛 사건을 반추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과 연계시켜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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