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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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항공·해운·정유 등 기간산업과 금융권 유동성 확대를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을 짜기로 했다. 최대 10조원 가량의 재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충당한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여야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증액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기획재정부가 한달을 고심해 마련 중인 2차 추경안이 대폭 수정될 상황에 처했다. 재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늘릴 경우 정작 유동성이 시급한 기간산업에 투입할 예산이 줄어 경제난 극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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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에 초점 맞춘 3차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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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산업계·금융계의 요구안, 자구방안, 관련 부처 의견을 수렴한 뒤 총선이 끝나고 3차 추경안을 만들 계획이다. 기간산업 기업들의 회사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이 주가 될 전망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 유동성 지원과 금융권을 위한 3차 추경안을 신속히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차 추경 규모는 세출 확대와 세입 경정을 합해 1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재원은 대부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여당 일부가 언급한 무기명 채권, 미래통합당이 제시한 국민채권 등은 3차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검토 대상이다.
6일 오전 부산 연제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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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주장에 흔들리는 2차 추경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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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아직 제출도 안된 2차 추경안의 기본을 뒤흔들고 있다. 소득 하위 7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던 기존 논의를 뒤엎고 '전국민 재난기본소득' 개념을 들고 나온 것.
여당은 지급 대상을 전 가구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긴급재난대책은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더 적극적이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일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일주일 안에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하라"고 했다.
여야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최소 13조원, 최대 25조원이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으로 9조1000억원(중앙정부 7조1000억원+지자체 2조원)을 잡아 놓은 정부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기재부 관계자는 "2차 추경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충당하려던 건 앞으로 우리 경제 전체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기에 여력을 비축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일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에 텅 빈 밀카트가 쌓여 있다. 지난해 3월 하루 약 8만 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이 센터는 현재 하루 2천900여 식만 생산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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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나라 곳간…표퓰리즘에 밑빠진 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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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지난달 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안을 마련할 때 내부적으로 10조원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정건전성을 해칠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아직 재난지원금을 어떤 식으로 지급하고 어디에 쓰겠다고 하는지도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여야 모두 총선용으로 전국민 지급을 주장한다"며 "모두 지급한 뒤 기한 내 소비를 강제하고 나중에 일부 환수할 경우 나올 불만은 총선 이후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미국·일본처럼 발권력을 무한대로 동원할 수 있는 기축통화도 없는 우리나라는 한정된 재원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세금은 누진제로 걷고 쓸 때는 다 같이 나눠주고, 그러다 나랏빚이 생기면 누진세율을 더 높이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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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폭주 막을 열쇠…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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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여야의 증액 논의과 상관 없이 당초 계획대로 7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청와대에서 주례회동을 갖고 2차 추경안을 최대한 빨리 국회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정치권은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기 위해 국회로 정부안이 넘어오면 이를 수정해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 자체를 수정해 제출하도록 요구할 경우 예산안 작성 작업에만 추가로 최소 2주 이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인 발언 등에 좌우되기보다 원안을 예정한 시점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재정당국의 입장이다. 여야가 증액에 합의해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헌법은 국회가 정부의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국회가 대규모로 증액한 전례가 없다.
그간 2차 추경 논의 과정에서 지나친 재정 소요를 우려하는 입장을 고수해 온 홍 부총리로서는 여야의 재난지원금 증액 요구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간산업을 위한 3차 추경을 예정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마련 중인 2차 추경 원안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선거철이라 정치인들까지 흥분해서 코로나19 피해와 관련 없는 이들에게까지 재난지원금 지급을 확대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며 "물동량·여객 급감 등으로 힘든 항공사 등 대기업의 고용 유지·경영 안정화를 위한 지원에 나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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