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매출 부진에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이중고’
군산 ‘배달의명수’ 이어 광진구 ‘광진나루미’ 개발 돌입
경기·경북도 착수…배민 “요금제도 개선책 마련” 사과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 이달 시행한 새 요금제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곱절로 늘자 소상공인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중개 수수료를 없앤 ‘착한 배달앱’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부진에 수수료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 앱을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지자체 중에서는 전북 군산시가 처음으로 지난달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광진구가 ‘광진나루미’ 개발에 들어가고, 경기도와 경북도도 공공 배달앱 개발에 착수했다.
경기도는 6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과 관련 부서가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모두발언에서 “중소 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재난적 위기를 겪는 와중에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과도한 중개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윤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배달앱 업체가 지방소득세를 적정하게 납부하는지, 배달앱 이용료 책정과 납세소득 결정에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시·군 지자체와 함께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경기도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배달업자는 물론 음식점주와 플랫폼 개발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공공 배달앱 개발을 이달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 현재의 부정적인 상황을 반영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하는 한편 신용카드 수수료 제한처럼 독과점 기업의 가격결정권에 대해서도 입법 제한을 해달라고 국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경기도의 이번 대응은 배민이 이달부터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건당 5.8%)로 개편하자 소상공인들이 ‘꼼수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경기도 차원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각 도, 시 자체에서 지역 공공 배달앱을 운영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 광진구도 자치구에선 처음으로 공공 배달앱 ‘광진나루미’ 개발에 착수했다. 올 하반기 개통할 예정인 ‘광진나루미’는 광진구 소재 외식업만 등록할 수 있다. 소비자는 최대 15% 할인이 적용되는 광진사랑상품권과 제로페이, 신용·체크카드, 현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광진구는 공공 배달앱을 구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정보까지 제공하는 새로운 홍보 플랫폼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광진구는 기존 배달앱 시장의 침해 여부 등을 검토해 배달앱 운영 관련 조례도 제정할 예정이다.
경북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가 큰 영세 자영업자 등을 돕기 위한 ‘착한 배달앱’ 개발이 추진된다. 경북도 경제진흥원은 경북 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 배달앱을 개발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관련 예산으로 3억원을 우선 배정해 지난달 27일 도의회에 제출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해둔 상태다. 이르면 다음달쯤 경북 2개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 배달앱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나머지 21개 시·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도 경제진흥원 관계자는 “포항과 구미 등 일부 기초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배달앱 개발을 추진 중이었는데, 다른 지역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 등이 많아 경북 전체로 확대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배민은 이날 새 요금제와 관련해 요금 인상 논란이 일자 공식 사과를 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명의로 발표된 사과문에서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바뀐 요금체계(‘오픈서비스’)에 대해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 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태영·고영득·백경열·김지원 기자 kyeong@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