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제21대 총선 중앙선대위원회 공동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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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정부가 내놓은 9조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원안 국회 제출을 코앞에 두고 표류할 신세에 처했다.
6일 여·야 정치권이 총선을 9일 앞두고 당초 하위 70% 선별 지원에서 벗어나 국민이나 가구 100%에 지원금을 주자고 사실상 의견을 같이 하면서 추경안 대규모 증액 수정이 필요해진 때문인데 이 경우 헌법 57조에 따라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일단 정부안 기본 골격은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1인 4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는 형태로 설계됐다.
정부안을 짠 기획재정부는 중앙정부가 7조1000억원, 지자체는 2조원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최소화했다. 지급은 현찰이 아닌 지역 상품권과 전자화폐 등을 활용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경제 소비를 진작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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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민 100% 다줘야 국회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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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내놓은 첫 현금성 지원책은 기준 책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방침을 밝혔지만 지원 가부를 결정하는 소득하위 70% 기준 논란이 일주일간 끊이질 않았다.
정부도 발표 당시 적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헤매다가 재산 기준 등을 검토했고 이후 건강보험료(24만3000원) 책정안을 내놓으면서 큰 반발을 맞았다. 건보료 기준이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피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어서다. 재산이 충분한 이들이 지원금을 얻고, 올해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이 혜택을 얻지 못하는 사례 지적이 속출했다.
당·청의 대척점에 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일 황대표는 △전 국민에 1인당 50만원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필요 재원 25조원은 2020년 예산 재구성이라는 3가지 조건을 추경편성 협조 조건으로 내세웠다. 지원금을 포퓰리즘이라 힐난하던 야당이 무차별 지급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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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국민 대상 지급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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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국난극복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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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정부안이 도출되기 전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국민이나 전 가구에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주장했다.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기재부가 반대하자 청와대가 소득하위 70%에서 합의점을 절충했다. 하지만 이제 야당이 전국민 지급을 요구한 이상 여당도 물러설 필요가 없게 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총선 후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여·야의 차이는 대상이 전 국민이냐, 전 가구냐 혹은 100만원이냐 50만원이냐 사이에서 절충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을 두는 것은 심각한 국론 분열과 계층 간 대립만을 부추길 뿐이라는 것을 서로가 깨닫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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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국회 증액은 초유…홍남기 동의 없으면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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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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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재원 조달방안이 문제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무분별하게 선심쓰기용으로 내놓은 지원금 확대안을 재정당국이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추경안이 국회에서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감액된 적은 있어도, 증액된 적은 없다. 그리고 이번처럼 9조원대 추경이 전 국민이나 전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이 변경돼 20조원대 수준으로 폭증이 예상되는 경우 국회 합의만으로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야당이 주장하는 예산 재구성은 정부 권한이기 때문에 헌법 제57조가 걸림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57조는 국회의원의 의무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본문은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로 구성돼 있다.
일단 정부안은 국회에 원안이 그대로 제출돼 수정되거나, 원안을 대폭 바꾼 수정안이 마련될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갖게 됐다. 하지만 이번처럼 당·정·청 협의로 만든 정부안이 사실상 무의미하게 된 수준일 경우 전자는 사실상 국회의 능력 밖의 문제 혹은 헌법상 부동의 문제로 실행이 불가능할 여지가 크다.
결국 여·여가 국민 100%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주기로 합의한다고 해도 세출경정에 있어 드라마틱한 묘수가 나오거나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수정안이 기재부를 통해 빠르게 도출되기도 쉽지 않다.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5월 중순까지는 지급하라고 했는데 이런 문제로 '긴급'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홍남기 부총리가 2차 추경 원안 협의 과정에서도 10조원 이상의 재정 소요를 강하게 반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과 세입세출 균형, 차후 진짜 위기 시를 대비한 재정 여력 등을 염두에 두고 지원금 최소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이날 정치권 논의에 대해 "선거를 앞둔 정치인 발언 등에 좌우되기 보다 원안을 이달 내에 예정한 시점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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