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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50代와 자영업자가 선거 승패 결정… ‘이남자’의 투표율도 주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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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이 만난 사람]

[’국내 최고 선거전문가'가 예측한 4·15 총선… 김형준 명지대 교수]

과거 집권 중반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여당이 늘 패배… 정권 심판 기능 작동하기 때문

겉으론 다투는 모습 보이지만 여당은 두개의 위성정당으로 전략적 분산 효과 얻게 돼

“선거는 과학이다.” 김형준(63) 명지대 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계량(計量)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25년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거를 예측해 왔던 인물이다.

"1988년 이래 집권 중반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여당이 늘 졌다. 정권 심판 기능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또 전국 단위 선거에서 어느 정당도 4차례 연속 이기진 못했다. 보수는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이겼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사건'이 터졌는데도 졌다. 진보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연달아 이겼다. 만약 이번에도 이기면 지금까지 없던 기록이 생기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형준 교수는 “극단적 진영 대결로 제3지대 정당이 설 땅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는 온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큰 선물을 줬다고들 말한다.

"선거에는 '저장(storage)효과' 이론이 있다. 유권자는 그동안 정보를 저장했다가 투표 때 분출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그렇게 작동될지 관전 포인트다."

박근혜 찍었던 50代의 변신

―현재까지 모든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밀리고 있는데?

"국내 여론조사는 크게 신뢰할 게 못 된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으로 1등을 할 줄은 어느 여론조사도 못 맞혔다. 당시 서울 종로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정세균 민주당 후보를 10%p 이상 앞서는 걸로 나왔지만 정세균이 압승했다."

―국내 선거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왜 이렇게 떨어지나?

"선거구별 표본 수가 너무 적고 응답률도 낮다. 부동층(浮動層) 규모가 커 숨겨진 야당 표심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확한 예측을 하려면 세대별 투표율도 살펴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50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50대 유권자는 전체의 19.7%로 어느 연령층보다 많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는데?

"당시 투표율도 82.0%로 가장 높았다. 박근혜 후보는 이 연령층에서 60.7%를 득표해 문재인 후보(39.3%)를 압도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에선 50대(代)가 진보와 중도로 쏠렸다."

―박근혜 탄핵을 겪으면서 보수에 대한 실망이 컸지 않겠나?

"그런 면도 있겠지만,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가 50대 연령에 편입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본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 86세대가 50대로 채워진다. 이들에게는 '정치적 세대 효과'와 '생물학적 연령 효과'가 충돌하고 있다. 어느 효과가 더 작용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50대가 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캐스팅 보터'라는 뜻인가?

"역대 선거에서는 40대가 그런 역할을 했지만 50대로 넘어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50대에서 거의 결정된다. 50대는 경제 문제와 도덕성 문제 양쪽으로 예민하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부동산 대책, 탈원전에 대해 불만이 높고,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뒤로는 얼마간 정권 쪽으로 돌아섰다. 확실한 보수인 60·70대와 진보인 30·40대 사이에 있는 50대가 어떤 선택을 할지 흥미롭다."

―20대는 현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다.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들은 조국 사태가 보여준 '불공정'에도 폭발했는데?

"하지만 젠더(Gender) 분화가 뚜렷하다. '이남자(20대 남자)'는 반문(反文)이고, '이여자(20대 여자)'는 친문 성향이다. 지난달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20대 남자는 긍정 32%, 부정 56%였다. 반면에 여성은 긍정 58%, 부정 30%였다. 20대 여성은 현 정권을 페미니즘 정권으로 보기에 높은 지지를 보내는 것 같다. 20대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많이 투표장에 나오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자영업자가 이번 선거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문 대통령 지지율의 등락은 50대와 자영업자에 의해 많이 좌우됐다. 자영업자들의 '소문'은 무섭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자영업자의 지지율이 거의 30%대였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여당은 크게 고전했을 공산이 높다. 반면 화이트칼라나 고소득층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무려 61%로 나온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권에서 서민층은 등 돌리고, 화이트칼라나 고소득층이 높은 지지를 보이니 이상한 현상이다.

"화이트칼라는 기득권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여전히 보수를 기득권으로 인식한다. 또 이들이 친여 성향을 보이는 것은 현 정부의 주 52시간제 등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게 됐다는 믿음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고소득층은 왜 좌파 성향 정권을 더 지지할까? 몸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면서 말로는 진보적 가치를 떠받드는 일종의 허위의식 때문인가?

"이는 보수 정당이 정말 연구해봐야 할 과제다. 한반도 전쟁 위기론이 나온 뒤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산다는 서울 송파·강남구에서 보수가 패배했다. 천안함 사건 뒤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보수층이 이탈했다."

100만원 지급의 역설

―문 대통령이 하위 소득 70% 국민(4인 가구)에게 100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주는 것도 아니고 5월쯤 준다고 했다. 표를 찍어줘야겠다고 할 만큼 크게 고맙다고 여길까?

"여당에 플러스 효과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일회성 100만원으로 자영업자와 주부층에게 그동안 쌓여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득 하위 70%까지 준다는 게 역설이다. 지원금을 못 받는 상위 30%가 대통령을 더 지지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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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서울에선 지난 총선과 비슷하게 여당의 압승으로 나오는데?

"2008년 총선부터 서울에서는 한 정당의 압승 구도를 보여왔다. 2008년에는 서울 전체 의석 48석 중 보수가 40석을, 2012년엔 야당인 진보가 30석을 가져갔다. 2016년에는 49석 중 진보가 35석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14개 지역구에서 경합 중이다. 이 승부가 총선 전체 결과를 좌우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어느 쪽이든 단독 과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1988년 이후 8번의 총선에서 집권당이 단독 과반 승리를 한 경우는 딱 세 번이다. 2004년 노무현 탄핵 후폭풍이 불었던 총선, 2008년 이명박 당선 직후 총선, 2012년 대선과 같은 해에 치러진 총선에서였다. 모두 아슬아슬한 과반이었다."

―PK 지역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난 총선에서 현 여권은 여기서 8석을 얻어 지역적으로 보수의 둑이 무너졌는데?

"그때는 문재인이라는 대권 후보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호남 편중 인사가 이뤄지고 이낙연이라는 호남 대권 주자도 있어, PK는 보수 성향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

―중도를 표방하고 비례대표만 낸 국민의당은 이번에 어떤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나?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투표 26.7%를 얻었다.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찍었던 사람들이 비례투표에서는 국민의당을 많이 찍었다. 이번에는 안 그럴 것이다. 극단적 진영 대결이 되니까, 제3지대 정당의 설 땅이 거의 없어졌다."

―4년 전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이번에 어느 정당을 찍을까?

"이것도 선거 승패의 바로미터인데,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기권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나는 미래통합당으로 더 많이 갈 것으로 본다. 현 정권이 보여준 위선과 거짓, 불공정, 극단적 성향에 이들의 마음이 떠나갔기 때문이다."

―위성 비례정당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야당이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었을 때 여당은 온갖 비난을 하면서 고발까지 했다. 그런 여당에서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두 비례정당이 급조됐다. 지금까지 이런 코미디 난장판 선거는 없었는데?

"겉으로는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만 두 위성정당으로 전략적 분산 효과를 얻게 됐다. 여당은 더 많은 비례 의석을 갖고 갈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었으면, 정당투표는 정의당·국민의당으로 이탈했다. 지금은 정의당으로 갈 표가 열린민주당으로 갈 공산이 높다."

―준연동형 비례제 통과를 위해 공수처법에 협조해주고 조국 사태에서는 눈치를 봤던 정의당의 처지가 우습게 됐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정당 득표(7.2%)로만 4석을 갖고 갔다. 준연동형 비례제로 두 자릿수 의석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체 의석수가 5~6석에 그칠 것이다. 정의당이 가장 바보가 된 셈이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정의당을 찍어야 할 이유가 희석됐다."

정의당이 '바보'가 된 셈

―미래통합당이나 미래한국당의 공천 과정에서 박근혜 지지나 광화문 세력이 거의 수용되지 못했다. 강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불만이 많다. 이들이 투표 안 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이들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주의자다. 야당이 승리해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 투표 참여 가능성이 크다. 보수가 몰락한 상태에서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강한 보수층의 8할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창원 보궐선거에서 야당은 단 504표로 졌다. 우리공화당 후보의 출마가 영향을 미쳤다. 우리공화당·친박신당 후보나 공천 탈락한 무소속의 출마가 어떤 결과를 갖고 올까?

“경북·대구에서 보수표를 잠식한들 어차피 보수 성향이 당선되지만, 수도권 박빙 지역에서는 여권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 한국갤럽의 이달 첫째 주 조사에서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의 전국 지지도는 0.5%와 0.3%였다. 서울에서는 각각 1%였다. 합이 2%라면 여야 거대 정당이 경합하는 지역에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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