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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사우디·러 이번엔 협상결렬 `네탓 공방`…유가 또 떨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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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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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긴급 영상회의가 당초 6일에서 9일로 연기됐다. 회의 연기 배경에는 '유가 전쟁' 당사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치열한 신경전이 자리 잡고 있어, 국제 유가를 지지하기 위한 감산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감산 기대감에 지난주 역사상 최고치인 32% 급등한 국제 유가가 또다시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인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와 러시아 간 팽팽한 긴장감으로 인해 회의 일정이 6일에서 9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회의 연기는 국제 유가에도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4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통화한 뒤 사우디는 OPEC+ 긴급 영상회의를 제안했고, 이 회의는 6일 열릴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마련된 이번 회의의 관건은 '유가 전쟁' 당사자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에 양국은 일단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정작 '유가 전쟁' 촉발 계기가 됐던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협상 결렬에 대해선 책임을 상대국에 미루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의 감산 제의에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며 사우디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사우디가 OPEC+ 합의에서 탈퇴해 산유량을 늘리고 유가를 할인한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우디 외무부는 4일 국영 SPA통신을 통해 즉각 반박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의 발표는 진실을 왜곡했다'는 제목으로 낸 성명에서 "그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였다"고 주장했다. 또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가 셰일오일 산업을 적대하는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놀라울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양국 간 치열한 공방으로 회의가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된다. 또 회의가 열리더라도 양국의 신경전이 계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1000만∼1500만배럴 감산 합의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트윗을 통해 1000만~1500만배럴의 감산을 제안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기간에 이뤄지는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하루 평균치 감산량일 것으로 추정했다. 1000만배럴은 전 세계 원유 하루 생산량의 10% 정도로, 상당한 규모다. 이러한 감산 기대감에 지난주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11.9%(3.02달러) 오른 28.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전체적으로 보면 32% 올라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의 상승을 기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폭락으로 위기에 처한 자국 에너지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원유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만 명의 에너지 업계 근로자들과 그 일자리를 만드는 위대한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검토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석유협회는 원유 수입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인 개입에 나선 배경은 유가 폭락으로 미국 셰일업계가 파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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